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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신화' 다시 쓰는 신동원 회장...'뉴 농심' 성패 가를 과제는?

기사입력 : 2021년07월02일 07:56

최종수정 : 2021년07월02일 10:30

신동원호 돛 달고 출항...아버지가 일군 '라면 왕국' 글로벌 1위로 키운다
어깨 무거운 신동원...향후 과제는 해외시장 확대·신성장동력 발굴

[서울=뉴스핌] 남라다·전미옥 기자 = 신동원 농심 회장이 1일 정식 출항을 알렸다. 농심의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이 지난 4월 영면에 든 지 3개월 만이다.

신임 회장의 부친인 신춘호 회장은 한국의 매운(辛)맛을 전세계에 알리며 K-라면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인물이다. '라면의 개척자'로도 불린다. 이날 신동원 회장은 농심을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의 유훈인 'K-라면의 세계화'를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신동원 회장의 꿈꾸는 '라면의 세계화'의 성패는 '현지화 전략'이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7.01 romeok@newspim.com

◆신동원호 돛 달고 출항...아버지가 일군 '라면 왕국' 글로벌 1위로 키운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1일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농심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에 대한 선임 안건을 전원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 회장은 일반적인 오너 2세의 행보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보통 오너 2~3세의 경우 적어도 부장급이나 임원으로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 평사원으로 시작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처럼 흔하지 않게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아온 오너 2세의 대표적인 사례가 신동원 회장이다.

1958년생인 신 회장은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을 앞둔 1979년 평사원으로 입사하면서 농심에 첫발을 내딛었다. 회장 취임까지 42년 동안 여러 보직을 맡으며 묵묵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임원급인 전무 승진도 1994년에서야 이뤄졌다. 농심에 출근한 지 15년째 되던 해다. 이후 1년 만인 1995년 부회장을 거쳐 2000년부터 농심 대표이사(부회장)에 올라 식품 사업을 총괄했다.

신 회장은 부회장에 오른 이후 미국·중국 등 해외사업과 제품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신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는 '짜왕'이다. 프리미엄 짜장라면의 대표주자인 '짜왕'은 기존의 '짜파게티'와는 달리 중식당에서 먹는 짜장면 느낌의 짜장라면을 만들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굵직한 면발과 불맛 등 개발과정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2015년 짜왕은 '신라면-짜파게티-안성탕면-너구리'로 이어지는 라면 판매 순위를 깨고 신라면 다음 2위로 판매되는 농심 대표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59%였던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63%까지 끌어 올리는데 신 회장의 역할이 컸다.

<사진=농심>

신 회장은 취임 첫날 '뉴 농심' 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경영좌표도 제시했다. 그가 이날 취임과 함께 내놓은 메시지는 '즐거움을 주는 기업이다. 농심의 슬로건도 기존의 '믿을 수 있는 식품, 농심'에서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으로 바꿨다.

기존 슬로건이 공급자의 신뢰성을 강조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 만족과 즐거움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고객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내세운 '믿을 수 있는 식품' 슬로건이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라면 '인생을 맛있게'라는 새 슬로건은 소비자 중심의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현장형 리더십은' 농심 내부에서 호평일색이다. 현장을 두루 경험한 신 회장이 영업·생산 현장을 자주 찾아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애로사항을 점검하며 직원과 활발하게 소통에 나서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등 해외 트렌드를 꼼꼼히 살핀 뒤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깨 무거운 신동원...'전세계로 뻗는' 농심 라면의 향후 과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한 신춘호 회장은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오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까지도 전반적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작명의 달인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신라면, 새우깡 등 브랜드 명칭을 직접 지은 걸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신동원 회장에게 신춘호 회장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도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고 신춘호 농심 회장 [사진=농심]

최우선 과제로는 해외시장 확대가 꼽힌다. 아버지의 유훈과도 맞닿아 있는 '글로벌 식품회사 도약' 달성을 위해선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다.

앞서 신춘호 회장은 마지막 지시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관건은 각국 사람들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느냐다. 나라의 식문화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 현지 식문화에 따라 식재료를 조금씩 바꿔 제품의 맛도 변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게 바로 '현지화 전략'이다.

하지만 농심은 달랐다. 신라면의 성공 비결만 봐도 다른 식품업체와의 차별점이 잘 드러난다. 신춘호 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해외 시장 진출 시 한국의 맛을 고집했다. 한국적인 맛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러한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라면 단일 품목으로만 연간 수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실제 농심의 전체 해외 매출액은 9억9000만 달러(약 1조800억원)다. 이중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3억3461만 달러)과 중국(3억1400만 달러)을 중심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세계 라면시장에서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영화 기생충이 전세계적으로 메가히트를 치면서 '짜파구리'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같은 해외 인기에 힘입어 농심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작년 연간 매출액(연결기준)은 2조6398억원으로 전년보다 12.6%, 영업이익은 160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라면시장 점유율도 55%로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국내 생산시설 역시 수출 물량을 증산해 현재 30%대인 해외매출 비중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올 연말 미국 제2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을 더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연간 라면 생산량이 총 8억5000만개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뉴스핌]  신동원 농심그룹 차기 회장. 2021.02.05 jellyfish@newspim.com

신 회장은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 전열도 재정비한다. 그는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탑클래스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당면 과제다. 그는 미래 먹거리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사업과 비건(Vegan, 채식주의) 대체육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내놓은 라이필더마콜라겐은 출시 이후 누적매출액 300억원을 달성했다. 올 초에는 채식만두, 떡갈비 등 대체육 제품으로 구성된 채식주의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였다. 신 회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신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이 유력하다. 콜라겐 제품은 작년에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며 "대체육 부문은 조용히 준비해오며 작년에 제품을 출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미뤘다. 올해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 메시지에서도 신 회장은 "고객에게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라면의 가치를 레벨업해야 한다"며 라면의 변화를 예고했다. 1인 가구와 노인 인구의 증가, MZ 세대 새로운 취향 등 시대를 반영한 제품 개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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