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장애인등록증 위조해 합격…판결 전인 2017년 입학 취소
"정경심 최종 판결 나온 뒤 조치하겠다" 밝힌 것과 대조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려대학교가 입학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진 재학생에 대해 곧바로 입학 취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의 입학 취소 여부에 대해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뒤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처분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부(심준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A씨가 고려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입학허가취소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A씨의 모친은 2013년 타인의 장애인증명서를 스캔해 그림판을 통해 A씨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넣는 방식으로 장애인증명서를 위조했다. A씨는 2014학년도 고려대 경영대학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지원하면서 위조된 증명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2019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울캠퍼스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019.11.22 leehs@newspim.com |
2017년 국민신문고에 2014학년도 고려대학교 대입 전형에서 장애인등록증을 위조해 합격한 사례가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고, 교육부는 고려대에 조사를 명령했다. 고려대는 발급관청 조회 결과 발급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같은 해 12월 28일 곧바로 입학허가를 취소했다.
이듬해 검찰은 A씨의 모친만을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A씨의 모친은 2019년 6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모친의 1심 유죄판결 이후 곧바로 고려대를 상대로 입학허가취소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고려대가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입학허가 취소로 달성되는 공익과 원고가 입는 피해를 비교형량하면 원고가 입는 피해가 훨씬 중하고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1·2심 법원은 모두 고려대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사정은 인정되지만, 이같은 사정이 입학허가취소를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고려대는 원고가 제출한 장애인증명서가 위조된 것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고, 이는 입학허가취소 사유인 부정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의견진술 또는 소명기회를 부여할 필요성이 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려대는 2014년도 입학 모집요강을 통해 서류 위조 및 변조,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와 지원방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사전에 공지했다"며 "당시 고려대는 교육부로부터 원고의 위조에 관한 공문을 받은 뒤 원고에게 문의할 사항이 있다고 연락했고, 학교에 찾아온 원고와 원고의 모친에게 질의했을 때 원고가 특별히 이에 반박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판정을 직접 받은 사실이 없으면서도 장애인만이 지원할 수 있는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지원하였는 바, 비록 부정행위를 주도한 것이 원고의 어머니였다고 해도 그 책임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며 "입학허가취소로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경미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고의 부정행위로 발생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측은 "A씨 사안의 경우 입시자료 폐기지침에 따른 기간인 5년이 지나지 않아 전형자료를 본교가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A씨가 전형자료로 제출한 장애인증명서가 위조되었음을 해당 지자체로부터 공식 확인할 수 있었고, 본교가 보관하고 있는 제출 자료를 근거로 규정과 절차에 의해 입학취소가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의 딸은 A씨와 달리 입시자료 폐기지침에 따라 현재 본교는 제출 여부가 입증된 전형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검찰에 압수물 가환부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어 제출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제출 서류가 확보되어야 관련 규정에 따른 조치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