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투자풀 지킨 삼성운용
"높아지는 성벽...무너뜨린다"
신한BNP자산운용 등 물망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31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기획재정부의 연기금투자풀 후속 주간 운용사 선정을 두고 벌써부터 자산운용사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간 운용사 중 한 곳인 삼성자산운용의 계약기간이 올 하반기 종료되면서 후속 주간사 자리를 두고 자산운용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연기금투자풀운용위원회는 올 하반기 삼성자산운용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후속 주간사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연기금투자풀은 각 정부기금 여유자산을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투자체계다. 연기금투자풀 수탁고는 지난 2017년 18조원에서 올해 2월 말 31조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기획재정부의 연기금투자풀 운영체계 [캡쳐=연기금투자풀 홈페이지] |
운영 방식은 연기금이 주간운용사에 자금을 예탁하면 주간운용사가 이를 다시 개별운용사에 배정해 자금을 운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운용사는 복수로 운영되며 주간 운용사는 2곳, 개별운영사는 13곳이다.
이 중에서도 주간 운용사는 연기금투자풀의 핵심으로 꼽힌다. 주간 운용사는 각 기금들을 대상으로 연기금투자풀 상품 판매 및 기금별 투자자금 관리, 개별운용사 펀드의 운용성과와 모니터링 결과에 따른 자금 차등배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로 선정되면 영업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운용 보수도 넉넉히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맡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4월 계약이 만료된 한국투자운용을 밀어내고 주간 운용사 자리를 꿰찬 상태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월부터 3개월간 준비한 끝에 주간운용사 중 최대 인력인 32명을 배치하는 등 연기금투자풀 서비스 제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 하반기 삼성자산운용의 계약 만료에 따라 주간 운용사 자리를 둔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1년 연기금투자풀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년 넘게 주간 운용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공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투자풀의 주간 운용사는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되는데 입찰가격 점수와 기술평가 점수로 구분해 평가한 뒤 이를 다시 종합평점으로 계산해 선정한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은 20년 넘는 투자풀 운영노하우로 그간 기술평가 점수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과 주간 운영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상대로는 신한BNP자산운용, 한국투자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거론된다. 한화운용과 KB운용의 경우, 개별운용사 중에서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운용은 직전까지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주간 운용사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 자리 재탈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BNP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주간 운용사 입찰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고득점을 받았던 전적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아성을 뛰어넘기 쉽지 않겠지만 반전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삼성자산운용이 20년 가까이 쌓는 노하우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갈수록 성벽만 높아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주요 후보군 운용사들도 수년간 전략을 수립해 이번 주간 운용사 선정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 결과에 업계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