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현실과 초현실이 혼재하는 미묘한 화폭을 선보여온 화가 반미령(56)이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가이아(대표 윤여선) 초대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반미령 'Encounter-신세계를 꿈꾸며'. 캔버스에 아크릴릭. 2021. 45.5X37.9cm [사진=갤러리가이아] 2021.6.4 art29@newspim.com |
이번에 반미령은 'Encounter-신세계를 꿈꾸며'라는 타이틀로 갤러리가이아에서 최근 제작한 회화23점을 출품했다. 어느새 스무번째 개인전을 갖게 된 반미령은 꿈과 현실, 하늘과 땅, 사막과 꽃이 하나의 화면에서 어우러지는 독특한 회화로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작가다. 그는 현실의 세계와 피안의 세계가 뒤섞인 듯한 낯설고 신비로운 공간을 창출해내는데 남다른 역량을 지니고 있다. 반미령이 섬세하게 직조해낸 화면은 힌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는 곧 우리가 소망하는 '이데아의 세계'다.
작가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는 벽면 너머로 광활한 자연을 그린다. 반미령의 그림에서 지평선과 하늘은 맞닿아 있고, 모래 사막과 기다란 회랑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다. 거기에 하얀 구름과 아치형의 창, 꽃과 나비가 곁들여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빛이 있다. 반미령은 그 빛을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공력을 기울인다. 현실과 초현실 사이 공간을 아스라하게 그려내기 위해선 빛의 표현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반미령 'Encounter-정선과 만나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2020. 91X117cm. [사진=갤러리가이아] 2021.6.4 art29@newspim.com |
'빛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화폭 전면에 20~30회의 붓작업을 거듭하며 안의 색깔이 위의 색깔과 만나게 하는 시도를 반복한다. 각각의 붓질은 한 호흡에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수십 번 색을 올리는 과정은 마치 선 수행과 진배 없다. 인내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극도로 예민한 작업이다. 그리곤 마지막 단계에서 롤러를 사용해 손의 흔적을 지워가며 프레스코 벽화같은 섬세한 질감의 '빛의 공간'을 완성한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한 반미령은 아스라한 파스텔 공간이 이어지고, 엇갈리는 신비한 장면을 통해 감상자로 하여금 현실 저 너머의 꿈 같은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경계가 무화된 낯선 공간은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게 하고, 사색의 나래에 빠져들게 한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반미령 'Encounter-꿈꾸는 창'. 캔버스에 아크릴릭. 2020. 80x160m. [사진=갤러리가이아] 2021.6.4 art29@newspim.com |
이번에 반미령은 조선회화사의 불세출의 걸작인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진경산수 화가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을 오마주한 작업을 시도했다. 반미령은 "몇년 전 전시회에서 조선시대 화가 안견과 정선의 작품을 만나 너무 황홀했다. 수백년 전 활동했던 화가들이지만 마치 오늘 바로 내 곁에 있는 대선배를 만난듯 기뻤다"고 했다.
그리곤 두 거장에게 헌정하기 위해 몽유도원도와 금강내산을 원본과 가깝게 그린 후, 생명을 상징하는 복숭아나무와 영원성을 상징하는 푸른 하늘, 바다가 보이는 창을 곁들였다. 이로써 거장의 그림과 오늘의 풍경이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초현실적 풍경이 탄생했다. 작가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영원한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소중함과 생명을 생각해보고, 잊고 있었던 신세계를 다시금 꿈꿔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미령의 전시회는 6월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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