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전 상황 보단 양호,. 협력 여지 없지않아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도전' 백악관의 오해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글 싣는 순서>
1, 사드에 멈춰선 외교시계, 수교30년 한중 신좌표
2, 새술은 새부대에, 코로나 후 한중 경협 신모델
3, 정상 회담 후엔 관계 정상화 급물살 확신
4, 미국 대체 의사 없어, 신냉전은 틀린 시각
5, 中 공산당 100년, 햔국의 도전과 기회
'데탕트의 시대가 가고 신냉전이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중 격돌은 한국 기업과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어요. 미국 바이든 새정부 출범 후에도 미중 대치 상황이 개선될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요...".
한중 관계에서 대담 인터뷰의 화제를 세계가 주시하는 중미 관계 현 상황과 전망 쪽으로 돌렸다. 미국의 리더십 교체 후에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에 어떤 변화의 기류가 있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다.
추궈홍 전 주한 중국대사는 말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서울 관저와 명동 중국 대사관, 베이징 음식점에서 함께 자리 할때 마다 느끼는 것인데 넉놓고 듣기만 하다 보면 이쪽은 좀체 얘기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한 가지를 물으면 준비한 다른 연관 질문까지 대답하는 통에 미리 질문과 화제를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주의와 대 중국 제재는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은 물론 자국 기업에도 심대한 피해를 주고 있어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대 중국 공세를 강화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을 막는데 심혈을 쏟을 게 분명합니다". 중국 굴기 억제는 미국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백악관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는 지적이다.
기자는 "신중국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인 것 같다"며 현재의 미중 관계를 진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대해 추 전대사는 1949년 신중국 설립 이후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때 까지 미국은 중국을 줄곧 고강도로 제재하고 봉쇄해왔다고 지적, 지금이 가장 나쁜 시기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얘기를 계속했다.
미국 대중정책 봉쇄-테탕트- 제제 순환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때 까지 미국의 중국 재재와 봉쇄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어요. 심지어 중국에 대해 핵무기 사용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지요. 중미 사이엔 1979년 수교가 이뤄지고 데탕트 시대가 펼쳐집니다".
추 전 대사의 말대로 수교와 함께 중미 밀월시대가 열렸다. 중미수교와 동시에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중국 경제는 40년간 평균 9.8% 초고속 성장세를 보인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을 차례로 제치고 G2(세계 2대 경제체제)로 도약했다. 미국은 중국굴기에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문제는 미국 판단에 중국 발전이 너무 빠르고, 미국(지위)을 대체할 수 있고, 장차 미국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조급해하는데 있습니다. 이때문에 미국은 중국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구실을 앞세워 중국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거죠".
추 전 대사는 다만 중미 관계엔 여전히 대화와 협력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시기에 조차 전면적 대결을 피한 상황에서 대화 회복의 시도가 있었고, 현재의 바이든 신 행정부 들어서는 기후 변화 분야에서 두 정상이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며 교류 협력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움직임으로 볼때 미중관계가 수교 이전처럼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매우 복잡한 시기인 것 만은 분명해요. 협력도 있고 경쟁도 있지만 현재는 협력은 미약하고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한 때라고 할 수 있어요". 추 전 대사는 세계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미중 관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추궈훙 전 주한 중국대사는 5월 12일 뉴스핌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의 지위를 대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1.05.18 chk@newspim.com |
추 전 대사는 기자가 미중관계를 질문하면서 꺼낸 신냉전이란 표현을 거론, 현 국제 정세를 '중미 신냉전' 으로 보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중미 마찰은 전면 대결로 가기 보다는 향후 몇몇 특정 영역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왜 신냉전이 아니냐고요? 신냉전이란 양대 세력의 힘이 동등해 패권을 겨루는 상황이어야 해요. 구소련과 미국 관계 같은 것이죠. 하지만 중미를 놓고 볼때 양국의 실력(국력)은 아직 크게 비대칭적인 상황이예요. 미국의 실력은 중국에 비할 테 없이 강합니다".
두 강대국이 팽팽히 맞서는 길항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중미관계를 신냉전으로 보는 시각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신냉전 아냐, 압박과 피압박의 문제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중국이 세계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다툴 의사가 없고 미국의 현 국제상 지위를 대체할 생각도 없다는 겁니다. 중국은 오로지 과거 경험했던 외세 침탈과 같은 상황을 예방하고 자신을 보위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예요".
무역전쟁이 기술분야 등 다른 영역으로 확산하고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군사긴장이 고조되면서 미중간의 대치가 격화하는 상황을 놓고 신냉전이라고 한 건데 추 대사는 이런 견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관한 문제입니다.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불편한 사항이 많지만 과도한 행동을 하지 않이요. 미국이 자꾸 도발하고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는 거지요. 미국은 갈등을 조장한 뒤 이런 상황을 구실로 중국의 제조 굴기를 억제하려고 합니다".
추 전 대사는 일각엔 중국이 군비경쟁으로 군사력을 확대해 미국에 대항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국은 그럴 의사가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대응은 미국의 전략에 말려는 드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슈퍼 강대국으로서 미국에 대한 잠재적 도전세력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엔 도전이 될 나라가 없어요. 따라서 현재 미중갈등의 본질은 신냉전이 라기 보다 압박과 피압박의 문제로 보는게 옳습니다". 추궈홍 전 대사는 이렇게 자신의 관점을 피력했다.
추 전 대사는 한국은 중미 관계가 현재 신냉전 상황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미 갈등을 신흥국의 부상과 이를 견제하는데서 오는 충돌, 소위 서방학자들이 말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추 전 대사는 말했다.
추 전 대사의 이런 견해는 미국과 중국간의 현 대치 상황을 신냉전 구도로 고정 시킬 경우 중국의 고립이 심화하고 한중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됐다.
"현재 세계상의 많은 국부적 충돌은 대부분 미국과 관계 있어요. 미국이 개입하는 나라와 지역들이 대부분 불행해집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을 간섭하지 않고 불편을 초래하지도 않아요". 미중 관계 얘기 말미에 추 전 대사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 이렇게 날을 세웠다. 현재 중국 당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5회로 이어짐>
<추궈훙 전 대사 약력>
△상하이 출생(1957년, 64세) △상하이 외국어대 △중국 국가외교부 아시아국 △주일본 중국대사관 3등 서기관, 2등 서기관, 참사관 △일본 주 오사카 총영사관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 △주 네팔 중국 대사 △외교부 섭외안전사무사(대외안전사무국) 국장 △주한 중국 대사 △차하얼학회 동북아 수석연구위원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