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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잡코인 상폐 논란…"거래소 잔치 하는 동안 피해는 투자자 몫"

기사입력 : 2021년05월11일 18:24

최종수정 : 2021년05월12일 08:07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코인 상장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놓고, 이제 와서 잡코인을 정리한다고 하면 그로 인한 투자 손실은 누가 책임지나요?"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올 9월 이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것이란 기사를 접한 잡코인 투자자 A 씨의 하소연이다.

은행권은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실명 인증 계좌 제휴 시 거래되는 암호화폐 개수가 많으면 불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거래소는 은행과 제휴해야 올 9월 이후에도 영업할 수 있는만큼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이른바 '잡코인'을 대거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아 자금 세탁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거래소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가상화폐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업비트에서 취급하는 가상화폐는 178개, 빗썸은 177개, 코인원은 168개, 코빗은 35개다. 이에 비해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프로는 63개, 일본의 비트플라이어는 5개를 취급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량의 96%가 잡코인 거래인 만큼, 투자자 대규모 손실은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잇속 챙기기에만 바쁘고 투자자 보호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가상화폐 열풍에 국내 대형 거래소들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코스피 시장을 돌파한데다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으로 올해 실적 전망은 더 밝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및 거래소 운영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고, 많게는 300% 급증한 곳도 있다.

거래소들의 이 같은 실적 성장 배경에는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코인 상장을 무분별하게 확대해온 영향이 크다. 그런데 특금법 시행을 코앞에 둔 최근 들어 부실코인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 투자자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얼마전 업비트는 허위 공시 논란이 일었던 '고머니2'를 끝내 상장 폐지했다. 후오비코리아가 모든 마켓에서 제트캐시(ZEC), 대시(DASH) 수퍼비트코인(SBTC), 호라이젠(ZEN)의 거래 지원을 정지한다고 밝히는 등 중소거래소들도 암호화폐 상장폐지 행렬에 동참했다.

거래소는 제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거래량 확보를 위해 코인 상장을 늘려온 것은 사실"이라며 "특금법 시행을 앞둔 이제야 부실코인을 정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거래소가 실적잔치를 하는 동안 피눈물을 흘리는 투자자는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거래소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 코인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byhong@na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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