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토부 건의 및 법안 발의 지원
압구정·목동·여의도 재건축 신고가 기록
투명한 제도 관리·피해 최소화 노력 필요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을 막고자 도입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유예기간 규정으로 정책 효과가 줄어들면서 이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규제완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응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내세운 만큼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국토부와 국회는 관련 논의에 들어간 상황인데 유예기간이 낳은 부작용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투명한 제도 관리 및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토부 건의·법안 발의...유예기간 폐지 논의 이끈 서울시
4일 국회와 서울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전 지정 지역에서 집값 상승이 발생하자 유예기간을 없이 즉시 시행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관련 논의의 불을 지핀 건 서울시였다. 서울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개정 건의 제안 및 국회 법안 발의 지원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긴급브리핑에서 국토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제도 개선을 건의하면서 공문을 제출했다. 서울시의 제안을 접수받은 국토부는 건의사항에 대해 내부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후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유튜브 브리핑 캡처] 2021.04.29 sungsoo@newspim.com |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공고후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지정 공고일로부터 5일 후에 효력이 발생하는데 그 사이 투기수요가 몰려 호가를 높인 뒤 거래가 이뤄지면서 제도의 효력이 반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법안은 서울시가 먼저 건의했고 이를 국민의힘에서 수용해 만들어졌다. 법안 건의 전 서울시는 실무진들과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송석준 의원은 "허가구역 시행 후 오세훈 시장에게서 건의를 받아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행정상의 문제가 우려됐는데 서울시 실무진들도 문제될게 없다고 했고 집값 상승을 막기위해 필요성에 공감하는만큼 법안이 원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두달 새 4억 넘게 뛰었다" 토지거래허가 발효 전 신고가 속출
서울시가 유예기간 폐지 논의에 앞장 선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정책 효과가 줄어드는데다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완화 예고가 자칫 집값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지난달 21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실제 발효되는 27일 전까지 5일의 유예기간동안 해당 지역의 재건축 단지에서 잇달아 신고가 거래 사례가 나오는 등 집값이 더 뛰는 모습이 나타났다.
압구정1구역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면적 140.90㎡는 지난달 23일 39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1월 34억6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5억원 넘게 뛰었다.
인근 4구역의 한양6차 전용면적 106.71㎡도 지난달 22일 31억9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를 기록했다. 2월 초 최고가(27억5000만원)보다 4억4000만원 상승했다.
목동과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도 유예기간 사이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 95.40㎡는 지난 26일 19억9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석달전보다 4000만원 오른 가격에 최고가 거래가 체결됐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은하아파트 전용면적 121.52㎡는 지난달 24일 21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3월말 최고가 거래였던 19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 뛰었다.
◆ 집값 폭등 방지 위한 조치...투명성 담보돼야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유예기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을 막는 차원에서 지정 후 즉시 시행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시는 향후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해 이상거래 징후 등이 보이는 지역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예고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정책 수단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할 경우 일부 시장의 혼선을 빚을 수 있는만큼 토지거래허가 적용 기준을 명확히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정 즉시 발효는 유예기간에 나타나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 "계약일 기준으로 적용 시점을 정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지정 및 운용 과정에서 투명성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유예기간이 없어지면 허가구역 지정 발표와 시행이 동시에 이뤄지는만큼 발표 전까지 관련 정보를 일부 정책 당국자들만 알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LH 사태처럼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행위·투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고 후 즉시 적용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표 전 관련 정보에 대한 투명한 관리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LH 사태와 같이 담당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등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