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남효선 기자 = 대구 팔거산성에서 602년과 604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이 발견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라 목간이 대구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이다.
대구시는 시(市) 기념물 제6호 팔거산성 정밀발굴조사 중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木簡)이 대구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됐다고 28일 밝혔다.
대구 팔거산성 유적 전경[사진=대구시] 2021.04.28 nulcheon@newspim.com |
팔거산성은 대구시 북구 노곡동 산1-1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인근에는 지난 2018년에 사적으로 지정된 구암동고분군이 위치한다.
이번 조사는 시 기념물인 팔거산성에 대한 정비·복원의 고고학적 자료 확보를 위해 대구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북구청이 지난 2015년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2018년 시굴조사에 이어 2020년 10월부터 (재)화랑문화재연구원이 학술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석축(石築) 7기, 추정 집수지(集水地) 2기, 수구(水口) 등의 유구가 발견됐다.
석축은 조사지역 북쪽 경사면에 조성되었으며, 일부 유구가 중복돼 있어 석축 사이에 축조 순서 또는 시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남반부 평탄면에 조성된 추정 집수지 1호는 돌, 2호는 목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목간이 출토된 추정 집수지 2호는 길이 7.8m, 너비 4.5m, 높이 약 3m이며, 면적은 35.1㎡이며 저수 용량은 약 10만5300ℓ이다.
남북으로 경사지게 땅을 파고 목재 구조물을 설치한 후 돌과 점토를 사용해 뒤를 채웠다. 특히 목재구조물은 바닥에 기초목(基礎木)을 설치하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다음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옆으로 판재(板材)를 설치했다.
팔거산성에서 출토된 목간은 현재까지 11점이다.
이 중 8점은 한쪽에 끈을 묶기 위해 나무를 잘라낸 형식이며 일부 목간에는 실제로 끈을 묶었던 흔적도 발견됐다.
또 8점에서는 글자 또는 글자의 흔적이 보이고, 그 중에는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와 곡식 이름이 등장한다.
4점의 목간에서 발견된 간지는 임술년(壬戌年)과 병인년(丙寅年),글자 일부가 파손대 간지 중 두 번째 글자 일부와 세 번째 글자 '년(年)'만 보이는 사례 등 크게 3종류이다.
임술년과 병인년은 각각 602년과 606년으로 추정되며, 이는 목간을 작성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대구 팔거산성의 목간 출토 유구(집수지 2호) 전경[사진=대구시] 2021.04.28 nulcheon@newspim.com |
또 목간에는 보리(麦)와 벼(稻), 콩(大豆)이라는 곡식 이름이 등장해 당시 세금이나 물품을 징수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했다.
목간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곡식과 관련된다는 점 그리고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이었다는 점 그리고 기존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 및 행정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팔거산성도 다른 출토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방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하면서 물자가 집중되던 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간에는 경남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 보이는 '왕송(王松)'과 '하맥(下麦)'이라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표현도 등장한다.
또 목간의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가 확인되지만 날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목간은 대구 소재 유적으로는 최초로 신라 목간이 출토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 학계의 평가이다.
신라의 지방 유적에서 목간이 출토된 사례는 인천의 계양산성(桂陽山城), 경기도 하남의 이성산성(二聖山城), 경남 함안의 성산산성(城山山城) 유적 등이 있다. 또 지난 2019년 11월, 대구 인근 지역인 경산 소월리에서 6세기 신라 토지 관련 목간이 발견됐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팔거산성 발굴조사 성과와 출토된 목간 자료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시 기념물 팔거산성의 성격을 규명하고 위상을 밝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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