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JTBC 드라마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드라마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역사왜곡, 중국 논란으로 인해 방송 전부터 논란이 불거진 것. 제작진이 드라마 내용까지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지만, 대중들은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JTBC 반박에도 '드라마 폐지' 요구
하반기 방송 예정이었던 '설강화'가 시작도 전부터 삐끗거리고 있다. 이번 작품은 JTBC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SKY캐슬' 작가 유현미가 맡은 작품으로 정해인과 지수(블랙핑크), 유인나, 장승조, 윤세아, 김혜윤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여대생 영초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JTBC] 2021.04.01 alice09@newspim.com |
작품 소개를 보면 민주화 운동이 일었던 1987년도를 배경으로 대학생이 군인에게 쫓기다 대학교 기숙사에 숨어든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개된 '설강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전혀 다르다.
온라인상에 공개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운동권 학생인 줄 알았던 남자 주인공 수호(정해인)는 알고보니 남파 간첩이었다는 설정이었던 것과 서브 남자 주인공(장승조)은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되는 안기부 팀장이며 또 다른 안기부 요원(정유진)은 거침없이 뛰어드는 열정을 가진 인물로 묘사됐다.
이에 JTBC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제작진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이 작품은 19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를뿐더러 제작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며 "당사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논란이 '설강화'의 내용 및 제작의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다. 아울러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의 해명이 있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발목을 잡았다. 지수가 연기하는 여 주인공 이름이 '영초'로 설정됐으며, 이 이름은 민주화 운동가였던 천영초 씨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드라마 '설강화'의 기획의도 [사진=네이버 캡처] 2021.04.01 alice09@newspim.com |
대중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초를 당한 인물을 여 주인공으로 삼고, 간첩 설정인 남자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또 1987년도 서울을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이 피투성이로 여자 기숙사에 뛰어드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운동권과 연관지을 수 없다고 보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제작진은 2차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극중 캐릭터 이름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 하지만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여주인공 이름을 수정할 것"이라며 해결방안을 내놨다.
또 "작품에서는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에 적극 호응하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하는 캐릭터들"이라며 "그러므로 간첩활동이나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설강화'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기부 요원을 '대쪽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가 힘 있는 국내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요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미화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또 JTBC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드라마의 대선 정국 자체가 그해 벌어진 6월 항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없을 수가 없다. 또 이러한 민주화 운동을 지우는 것이 '폄훼'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드라마 '설강화' 출연진 [사진=JTBC] 2021.04.01 alice09@newspim.com |
이로 인해 대중들은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디시인사이드 '설강화' 갤러리는 JTBC 사옥 앞에서 '제대로 된 입장 표명 및 드라마 폐지를 요구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태이다.
◆ 중국 소설 원작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위기 빠진 JTBC 드라마
'설강화'의 논란이 해결되기도 전에, 이번엔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도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중국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원작으로 하며, 전직 검찰관인 피해자가 십여 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실을 끈질기게 조사하는 내용을 그렸다.
리메이크 되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화로운 도심 한복판에 총성이 울리고 테러 용의자가 붙잡혀 이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로, 용의자인 국과수 법의학자와 진의를 파악하려는 프로파일러를 통해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여기에 한석규, 정유미, 김준한, 류혜영,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원작 소설이 출간 당시 '시진핑 정부 선전 소설'이라는 말을 들은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설 출간 당시 중국 공산당 산하 검찰일보 및 피두검찰의 공식 웨이보에서 축하,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각 지역 공산당 산하 기관인 인민법원, 인민검찰원 등에서도 연이어 홍보 게시물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또 원작 작가는 지난 2019년 SNS 웨이보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게으르고 진지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폄화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 할 때,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되긴 한다.
하지만 현재 드라마계에서 역사왜곡이 계속 문제로 불거지는 만큼, 현 시점에서 논란이 있는 원작을 리메이크를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JTBC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하반기 라인업으로 야심차게 선보였던 두 작품이 모두 논란에 휘말리면서 JTBC 드마라가 위기에 빠졌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드라마 내용까지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대중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제작진의 섣부른 입장보다 전문가의 자문이 들어간 피드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관련해서는 논란의 원작이 어떻게 한국의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 되는지 뚜렷한 답변도 없는 상태이다. 과연 JTBC가 대중의 공분만 가득 사게 된 두 작품을 어떻게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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