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죽었는데...정직 3개월이 그리 억울하냐"
곳곳서 분노의 눈물..."정직이 아니라 파면해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정인 양 학대 의심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부실하게 대응해 징계를 받은 경찰관들이 처분에 불복한 것을 두고 시민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23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과 관련된 경찰관들의 뻔뻔한 징계 불복에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정인이는 양모에 의한 아동학대로 세 차례나 신고가 됐음에도 양천경찰서의 외면으로 처참하게 사망하고 말았다"며 "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일조한 그들이 어찌 이리 뻔뻔하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 처분에 불복한 경찰관들을 규탄했다. 2021.03.23 hakjun@newspim.com |
이어 "겨우 주의, 경고, 정직 3개월이 한 아이의 죽음보다 억울하냐"며 "해당 경찰관들은 정인에게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양천경찰서는 해당 경찰관들을 더욱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단체 회원들은 이날 '온 몸 부서진 정인이가 하늘에서 통곡한다', '형식적 징계에는 초스피드 대응', '3개월 정직 말고 파면이 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부실 대응 경찰관을 파면하라"고 외쳤다. 일부는 분노의 구호를 외치면서도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한 회원은 "정인이가 빼앗긴 99년에 비하면 정직 3개월은 짧다"며 "살려달라는 신고를 지키지 못한 경찰은 정인이 수목장에서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단체 회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승강이도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9인 이상 집회 금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일부 회원들을 통제하자 "왜 건너가지도 못하게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경찰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400명이 넘어가는 등 위중한 상황"이라며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중단해달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 그러나 단체 회원들은 "경찰관을 파면하라"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한 회원은 "방역수칙은 잘 지키면서 아이는 못 지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양천경찰서에는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신고가 지난해 5월, 6월, 9월 등 세 차례 접수됐으나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 8일 세 번째 신고에 대응한 수사팀 3명, 학대예방경찰관(APO) 2명 등 총 5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직 3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같은달 10일에는 과장 2명과 계장 1명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고, 양천경찰서장에게는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은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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