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된 거리두기 기준에 보완 필요성 제기..형평성·실효성 확보 숙제
백화점 같은 대형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 대책 마련도 필요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개편안이 형평성과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거리두기 개편안은 내주 중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중 수정안을 관련 협회에 안내한 뒤 이를 반영해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초안에서도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최종안에는 어떻게 수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표=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
◆ 모임 인원 제한 없는 1단계·운영시간 제한 없는 2단계
중수본이 공개한 거리두기 개편안에는 단계별로 모임 인원수 제한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적 모임 제한은 지난해 연말연시 특별방역조치로 시행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2단계부터 9인 이상 모임 제한, 3단계 이상에서는 5인 이상 모임 제한(4단계 18시부터 3인 이상 제한)이 적용되면서 1단계에서는 사실상 모임 제한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개편된 거리두기 초안에 1단계에서 '모임' 부문은 '방역수칙 준수'라고 정해져 있을 뿐 인원 제한이 없다.
이에 1단계에서 모임이 활성화돼 언제든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개편안의 특징이 모임 규모 관리인데 1단계에서는 제한이 없고 2단계에서부터 8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다"며 "현재 거리두기 단계가 개편안에서 2단계라고 치면 지금보다 모임 인원이 두 배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차라리 2단계부터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적용하고 4단계에서는 3인 이상 금지를 적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별로 면적 당 인원 제한, 운영 시간 제한도 차등화했다. 1단계에서는 최소 1미터 거리두기(6㎡당 1인)만을 준수하도록 했으며 2단계부터는 8㎡당 1인으로 제한을 강화한다.
또한 3단계부터는 유흥시설, 콜라텍, 방문판매 등 1그룹과 노래연습장,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2그룹에 대해 운영시간을 21시로 제한하도록 했다.
이에 기 교수는 "2단계까지는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제한이 없는데 23시까지라도 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여기에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지표에 검사양성률과 백신 접종률도 추가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 "여전히 기준은 확진자수, 4차 유행 이후 또 바뀌어야"
거리두기 개편안이 여전히 확진자수에 기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거리두기 개편 단계 개편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주간 또는 하루 평균 확진자수 ▲중환자병상 여력을 주요 지표로 정하고 ▲감염재생산지수 ▲감염경로 조사 중 사례 비율 ▲방역망 내 관리비율 등을 정했다.
그러나 인구 10만명당 확진자수 역시 도시별로 확진자수로 환산할 수 있어 여전히 확진자수가 중요한 지표가 된 셈이다.
가령 서울의 경우 변경된 기준을 적용할 때 1단계는 68명 미만, 2단계는 68명 이상, 3단계는 146명 이상, 4단계는 292명 이상인 식이다.
문제는 지역별로 수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의 경우 인구가 34만명이기 때문에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수가 2명 이상이면 2단계, 5명 이상이면 3단계가 된다.
이 경우 대규모 집단감염이 한 건 발생하면 곧바로 3단계 이상으로 격상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전히 거리두기 상향의 기준은 확진자수"라며 "지역별로 세분화된 수치를 제시했는데 지나친 세분화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세종시는 35명 규모의 집단감염이 한 번 발생하면 곧바로 3단계가 된다"며 "지역별 세분화보다는 확진자수 증가추세나 속도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거리두기 개편은 3차 유행 이후 베이스라인이 증가해 이뤄지는 조치"라며 "숫자가 지정된 만큼 다시 4차 유행이 시작되면 다시 기준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개편된 체계도 4차 유행까지만 적용가능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사전 오픈한 '더현대 서울'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 면적이 8만9,100㎡(약 2만7,000평)에 달해 서울 지역 백화점 중 최대규모다. 2021.02.24 dlsgur9757@newspim.com |
◆ 방문객 수십만명 몰리는 백화점 대비책 없어...당국 "대책 마련"
거리두기 개편안에 최근 오픈한 대형 백화점 '더 현대 서울'과 같은 대형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규제 내용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위험도에 따른 시설 분류에서 백화점은 영화관, 공연장, 놀이공원과 함께 제 3그룹에 포함된다.
3그룹은 사실상 대유행 단계인 4단계에서 운영시간 제한만 적용될 뿐 출입구 발열 체크 외에는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방역 수칙은 없다.
특히 시설 내에서 음료 테이크 아웃 후 섭취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어 향후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서울시는 더 현대 서울의 케이스를 참고해 향후 방역수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더 현대 서울의 경우) 위험성을 파악하고 있다"며 "특정 시설에 대한 밀집도를 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시설, 지자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도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거리두기 방침을 놓고 중대본, 전문가, 관련 단체와 지속적으로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확진자 숫자, 이동량 등을 포함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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