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미나리'가 제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고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성공하면서, 오스카 레이스도 순풍을 탔다. 정 감독과 윤여정은 이토록 주목받는 상황을 '경악스럽다'고 말했지만, 수상 후에도 외신 등에서는 '미나리'를 향해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 후보 선정부터 최종 수상까지…'미나리' 속 메시지 되려 강조
한국계 미국인이자, 이민 2세대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고 외국어영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서 주관하는 이 시상식은 아카데미와 더불어 양대 영화상의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해 '기생충'이 같은 부문 수상을 기록한 데 이은 2년 연속 한국 영화계의 쾌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골든글로브 트위터] 2021.03.01 jyyang@newspim.com |
지난 1일(한국시간) 개최된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호명되자, 정 감독은 딸과 함께 생중계 화면에 등장해 뛸듯이 기뻐하며 소감을 얘기했다. 그는 "모든 '미나리' 식구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면서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자신들만의 언어를 말하는 법을 배우려는 가족의 이야기다. 그건 어떤 미국의 언어나 다른 나라의 언어보다 깊다. 바로 마음의 언어"라고 말했다.
이날 '미나리'는 어나더 라운드'(덴마크) '더 라이프 어해드'(이탈리아) '라 로로나'(과테말라) '투 오브 어스'(프랑스) 등과 겨뤄 최종 수상에 성공했다. 앞서 작품상, 연기상 등에 노미네이트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보수적인 HFPA 규정 상 외국어영화로 분류되며 다소 논란이 있었다. 정 감독은 이 같은 상황을 수상소감을 통해 유쾌하게 빗대 표현하며 에둘러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03.02 jyyang@newspim.com |
국내외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규정하는 의견도 속속 나왔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가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수상에까지 성공한 상황을 탄식하는 의견들이 트위터 등 SNS에 넘쳐났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민자 2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미국인이 만든 미국영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돼서 상탄것까지 너무 완벽하게 이민자 2세 엔딩이라 화나면서도 기분 이상하다"는 의견을 남겼고 이 트윗은 2000건이 넘게 리트윗 되며 공감을 받았다.
실제로 '미나리'의 출연진도 '미나리'의 성공 이유를 바로 미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 바도 있다. 한예리는 지난 인터뷰에서 "이민사회에서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 미국에서 사랑받는 듯 하다"고 커다란 반향의 이유를 짚었다. 이민 가족의 고단함과 가족애를 그린 영화로 미국 전체가 감동받았지만, 실제로 이민 2세인 정이삭 감독의 골든글로브 성취조차도 지극히도 '미나리'스러운 결말인 셈이다.
◆ 국내 예매율 1위 기록·딸과 함께한 수상 장면에 스포트라이트 쏟아져
각종 영화평론협회와 전세계 영화계의 호평, 수상 기록으로 주목받던 '미나리'였지만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이후 국내에서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일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미나리'는 3일 개봉을 앞두고 실시간 예매율 1위로 올라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03.02 jyyang@newspim.com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41분 현재, 34.5%의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거의 두배 이상 상회하는 예매율로 국내 극장가 흥행을 정조준 중이다.
특히 정이삭 감독의 수상 장면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물론, 해외와 국내를 통틀어 가장 뭉클한 순간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정 감독의 수상이 확정되자, 딸은 아빠를 부둥켜안으며 기뻐했고 "(아빠가 상 타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다"고 말하며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정 감독 역시 소감에서 "딸은 '미나리'를 만들게 된 이유"라면서 딸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NBC 온라인 중계 화면 캡처] 2021.03.01 jyyang@newspim.com |
시상식 이후 다수의 외신은 '미나리'의 작품상 후보 입성과 수상 불발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올해 골든글로브를 빛낸 사실상의 '우승작' 가운데 하나"라고 '미나리'를 언급했다. dpa 통신은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에 둔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이야기"라며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른 유일한 미국 영화였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영화인 '미나리'가 작품상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골든글로브를 비판했다. 이들은 "미나리 출연진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었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미나리'가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고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끌고가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영화계가 공감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또 골든글로브의 편협함이 비판받으면서 '미나리'의 오스카 입성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지난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한국영화 '기생충'의 기록을 '미나리'가 이어갈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한 영화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영화지만, 2년 연속 한국 영화인들이 참여한 작품이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골든글로브에서 주목받은 상황이 고무적"라며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결과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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