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전세계를 사로잡은 영화 '미나리'의 국내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팀 미나리는 이 영화와 함께 한 원더풀한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 관객들에게도 기대를 당부했다.
26일 '미나리' 정이삭 감독과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이 영화는 현재 각종 영화 평론가 협회상 74관왕에 오르는 동시에, 윤여정이 연기상 트로피를 26개나 거머쥐며 오는 4월 오스카 시상식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이삭(아이작) 감독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많은 호평을 받고 주목받은 자체가 놀랍고 신기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공감을 받는 이유는 개인적인, 이민자의, 시대적인 상황만을 담은 게 아니라 모든 보편적인 인간들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서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족의 갈등과 고통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공감을 해주는 듯 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이 헤쳐나가는 것에 공감하는데엔 국적이나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깊이있는 연기를 선보여주었고 각자의 배역을 잘 소화해줬다. 얼굴의 표정만 보아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들을 섬세하게 표현해줬다"고 촬영을 돌아봤다.
특히 배우들은 한 숙소에서 함께 먹고 지내던 촬영 당시를 다시 돌아보며 추억에 잠겼다. 한예리는 "윤여정 선생님과 한집에서 지내서 거기서 배우들이 주로 모이고 밥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번역본을 문어체로 좀 더 구어체에 가깝게 바꾸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모여서 한 주 한 주 찍을 분량만큼의 대본을 수정하고 습득할 수 있었다. 더 빠르고 깊이있게 진행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 역시 "모든 것들을 함께 잘 해나갈 수 있었던 건 캐스팅 포함 감독님의 지휘 하에서였고 훌륭한 동료들 덕이었다. 모두가 이 작품에 헌신하고 노력했고 아이작의 훌륭한 시나리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면서 "숙소가 저는 달랐는데 그 곳에 가서 음식도 먹고 세탁도 하고 그러면서 지냈다"고 말하며 웃었다.
윤여정은 "조금 다른 얘길 해주겠다"면서 감독을 도와준 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 대본을 전해준 친구가 제 걱정을 너무 하면서 미국에 쫓아왔다. 제 부하라고 부르는 홍여울이란 친구도 헐리우드 영화 어떻게 찍나 보러왔다. 근데 너무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게 다 아이작의 힘이었다. 제 밥을 챙겨준다고 밥을 하고, 스티븐은 밥냄새가 나니까 안가는 거다. 모두가 감독과 이 영화를 돕고 싶어했다"고 회상했다.
스티븐 연은 이민 가정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이민 2세대지만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늘 아버지를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문화적, 언어적 장벽들을 느꼈기 때문에 개념적, 추상적으로 봐왔었다. 아버지가 롤모델은 아니었지만 연기하면서 '내가 내 아버지구나'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틀에 박힌 아저씨처럼 하고 싶진 않았다. 그 시절의 제이콥을 제가 공감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려 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해해나가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26개의 연기상을 받고도 "사실 지금 상패 한 개 받았다. 전혀 실감이 안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제가 뭐 헐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아이작과 작업하면서 좋았던 건 어떤 감독들은 꼭 배우를 가둬둔다.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거다. 저도 아이작에게 할머니를 흉내내야 하냐 특별한 제스처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혼자 알아서 하라더라. 속으로 A+를 줬다. 그렇게 저는 자유를 얻었고 아이작과 제가 같이 만들어나갔다"고 만족스러웠던 호흡을 얘기했다.
또 밤을 씹어서 건네주는 신 등 윤여정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에피소드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직접 본 장면이다. 친구 어머니가 와서 손자한테 그렇게 해주더라. 남편이 아이리쉬인데 놀라서 '멀쩡히 이도 다 있는데 왜 그러냐. 그래서 너희 나라는 간염이 많다. 더러웠다'고. 아이작이 선생님이 보고 듣고 한 거 다 나누자고 이전에도 얘길 했었다. 순자가 침대를 두고 바닥에서 자는 것도, 원더풀 미나리도 제가 그정도는 순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얘길 했었다. 말하고 보니 많이 참여했다"면서 웃었다.

끝으로 윤여정은 '미나리'를 "굉장히 경악을 금치못할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선댄스에서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아이작이 여기까지 해줘서 고맙다고 그랬었다. 연기한 입장에서 영화 볼 때 즐기지 못한다. 사람들이 막 우는데 '왜들 이렇게 우니' 하니까 옆에서 '선생님만 안울어요' 하는 거다. 기립박수가 나올 때 제가 울었다. 노배우라 젊은 사람들이 뭘 이뤄내는 걸 보면 장하고 애국심이 폭발한다. 이런 걸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다. 경악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찍으며 가장 원더풀한 순간을 떠올리며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면서 "마지막 신을 찍고 다같이 부둥켜안았던 기억이 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으로서 하나의 힘으로서 해냈다는 게 감동적이었고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를 테이블이라고 생각해달라. 다같이 와서 맛있는 음식처럼 맛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현재 전세계 영화상 74관왕 15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오는 2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 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3월 14일 최종 후보를 발표하는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음악상, 주제가상 2개 부문에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본 시상식은 4월 25일로 예정돼있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