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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미나리' 한예리 "인생의 아름다운 풍경 꺼내보게 하는 영화죠"

기사입력 : 2021년02월24일 17:20

최종수정 : 2021년02월24일 17:21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미나리'의 주역 한예리가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그는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어머니 모니카를 열연했다.

한예리는 23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나리' 출연진 중 처음으로 한국 매체에 인사를 했다. 오는 3월 3일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현재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중인 '미나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된다.

"영화를 보시고 한국 분들도 많이 우셨다는 말씀이, 마음에 닿는 부분들이 많았단 의미같아서 감사드려요. 제 생각에 가장 한국적이고 그 정서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모니카예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좀 더 스테레오타입의 한국인으로 보여야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았죠. 미국의 관객들이 봤을 때 더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판씨네마㈜] 2021.02.24 jyyang@newspim.com

모니카는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결혼해, 두 아이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적 어머니다. 어떻게든 자립하고 싶어하는 제이콥과 달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니카는 그와 갈등을 겪는다. 그럼에도 제 자리에서 묵묵히 아이들과 남편을 챙기는 모니카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모성애를 그려낸다.

"모성애에 대한 정의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앞으로 알아야 할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꼭 아이를 낳아야만 모성애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사람마다 그 표현해내는 방식과 방법이 다양한 거겠죠. 모니카가 표현해낸 모성애는 희생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부부는 본인들의 꿈도 있겠지만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싶어서. 교육이 주는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선택들을 아이들이 할 수 있게 미국 땅을 찾은 거죠. 두 사람의 희생이 바로 이 영화에서 그려낸 모성애, 부성애와 연관있다고 봤어요."

국내 개봉도 전에, '미나리'에는 연이은 낭보가 쏟아졌다. 한예리는 기뻐하면서도, 국내 관객들의 기대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북미에서 만들어진, 미국 영화에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적 소재가 쓰였다. 한예리는 이런 점들을 언급하며 한국 관객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정말 기분이 좋고 감사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죠. 다만 국내 관객들을 만나기 이전에 크게 이슈들이 많이 되고 있어서 어떤 분들은 보시고 '뭐 이렇게 심심해?' 하실 수도 있어요. 한국 관객들이 '기생충' 같은 영화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요.(웃음)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이고,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지만 비슷한 느낌은 전혀 아니에요. 그게 약간 걱정돼요. 또 한국에선 이미 많이 이야기됐던 것들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늘 하던 이야기지만 아이작의 방식으로 표현해냈다는 게 중요하고, 이민 사회에서는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 미국에서 사랑받는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판씨네마㈜] 2021.02.24 jyyang@newspim.com

정이삭 감독은 앞서 "예리가 아니면 안된다"면서 한예리의 캐스팅을 고집했고, 기다렸음을 밝힌 바 있다. 한예리는 이 일화를 언급하자 "제 어떤 모습을 보고 그러셨을까. 저도 궁금하다"면서 웃었다.

"저도 궁금해서 여쭤봐야겠어요. 첫 미팅이 끝나고 나서 소개해주신 분이랑 그런 얘길 하셨대요. 걸어들어오는데 모니카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요. 제 몸에서 오는 에너지였을까? 얼굴 때문인가? 감독님과 제가 얼굴 느낌이 좀 닮은 것도 있거든요. 뭘 믿고 저를 캐스팅해주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저도 감독님을 보고 잘 됐으면 좋겠고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니카를 하겠다고 했죠. 당시에 드라마를 하고 있었는데도 저를 믿고 끝까지 기다려주신 게 참 감사해요."

스티븐연과 한예리는 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를 연기했다. 그는 실제로 연기하고 부딪히면서 윗 세대에 대한 관념이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고도 했다. 현재 그보다도 더 어릴 때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한 부모 세대에 대해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부모님이 모두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20대 초반에 아이들을 기르며 함께 성장하셨죠. 그들도 자아를 찾고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통이 있을텐데, 아이들과 함께 부딪히면서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았겠구나 했어요. 이 분들도 너무 어렸고, 뭔가를 알 수 없었겠구나.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했을 땐 더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사랑이 깔려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알렌과 노엘도 엄마, 아빠가 싸우는 장면에서 눈치를 보지만 또 건강하게 잘 자라요. 그런 데서 제 어릴 적 모습도 봤어요. 그 시간들을 다 잘 견디고 미나리처럼 잘 자랐고요. 가족이란 게 이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는 시간이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판씨네마㈜] 2021.02.24 jyyang@newspim.com

영화 속에서 한예리와 윤여정이 만나는 장면도 꽤나 인상깊은 장면으로 회자된다. 극중 모니카는 자신가 손주들을 위해 단숨에 달려온 어머니를 보며 "아이고~ 아이고~"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반가움과 미안함, 고마움, 애정이 모두 담긴 가장 한국적인 추임새를 '미나리'에서 만난다.

"그 부분은 제가 그냥 한 거였어요.(웃음) 그 순간에 순자와 모니카가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생이별 하듯이 떨어져서 미국이란 낯선 땅에 딸이 가버렸고 다신 못만날지 모른다고 서로 생각하고 있다가 모니카가 왔던 먼 길을 순자가 다시 왔어요. 그 순간들이 어땠을 지 많이 생각했어요. 딸 주겠다고 그 많은 짐들을 이고지고 온 마음, 그중 제일 좋은 옷을 갖춰입고서요. 모니카가 가장 내 마음을 잘 알고 가장 내 편인 사람을 만난 감동을 한국적인 추임새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저와 부모님, 할머니와도 실제로 자주 쓰는 말이죠. 숨을 고르는 식으로도 쓰고요. 저도 모르게 아이고 아이고 했었죠."

한예리는 특히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민자들이 와서 뿌리를 내리고, 가족들의 희생의 힘으로 살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라 '미나리'가 더 큰 반향을 불러왔음을 인정했다. 다만 그 부분이 아니고서도 '미나리'는 인생과 삶의 한 순간, 순간들이 아름답다는 걸 일깨우고 우리가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예리는 국내 관객들도 그렇게 영화를 통해 치유받기를 바랐다.

"인생의 아름다운 풍경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걸 꺼내볼 수 있게끔 해주는 영화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는 아이가 뛸 때였어요. 영화를 볼 때도 '어떡해' 하면서 눈물이 났죠. 달리지 못하는 아이가 용기를 내서 달리고, 본인의 의지로 뭔가를 해내고 할머니를 붙잡죠. 얘가 뭘 알까 싶은데도 그 아이가 가진 힘, 두려워했던 것을 이겨내는 그런 힘들이 영화의 음악과 함께 다가와서 참 좋았어요. 다양한 감정을 다양한 분들이 가지고 돌아가실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마음이나 나의 어린 시절을 떠나서라도, '미나리'가 가장 자신을 위한 영화가 됐으면 해요."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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