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법'='BTS 원포인트법' 비판 제기
軍 "병역 연기 혜택 기준선 높게 설정해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우수자가 원할 경우 만 30세까지 병역의무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됐다.
그런데 이 법이 사실상 BTS만을 위한 'BTS 원포인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BTS 이외에는 병역연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이른바 'BTS 병역법'이라고 불리는 병역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방탄소년단(BTS).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
국방부는 입법예고에서 병역연기가 가능한 대상을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의 범위는 대중문화예술인 중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장을 받은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국위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인정하여 추천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의 입영연기 상한연령은 30세'라고도 명시했다.
입법예고 내용에서 볼 수 있듯, 병역연기 혜택을 받으려면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장'을 수여받아야 한다. 병역연기가 가능한 나이 상한선이 '30세(만 29세)'이므로, 만 29세 이전에 문화훈장을 받아야만 병역법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해 12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01 leehs@newspim.com |
◆ 역대 문화훈장자들, 최연소가 만 34세
문화훈장은 문화, 예술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 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한다. 이 중 금관문화훈장이 가장 높고 그 뒤로 은관문화훈장, 보관문화훈장, 옥관문화훈장, 화관문화훈장이 있다.
BTS는 지난 2018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최연소' 문화훈장 수상이었다. 당시 BTS 맏형 진(1992년생)은 만 26세였고, 막내 정국(1997년생)은 불과 만 21세였다.
BTS와 같은 직종의 가수 중 문화훈장을 받은 사람들의 나이를 살펴 보니, 조용필(1950년생)은 만 63세에 받았고(2013년), 태진아(본명 조방헌, 1953년생)은 만 48세에 받았으며(2002년), 남진(본명 김남진, 1946년생)도 만 59세에 받았다(2005년).
심지어 BTS를 제외하고 가장 어린 나이에 받은 사람이 싸이(본명 박재상, 1977년생)인데, 싸이도 만 34세에 받았다(2012년). 역대 문화훈장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사실상 병역법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30세(만 29세) 이전에 받은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이번 병역법 개정안이 사실상 'BTS만을 위한 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BTS만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데다, 그 성과를 불과 만 21세에 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찾기 어려울 것이니 말이다.
병역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입법은 사실상 BTS 특정인을 위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비판과 지적에 대해 군 당국은 "병역연기가 일종의 혜택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그만큼 기준을 높게 설정해 놔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