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반기 각각 3대씩 감축…44대→38대로 줄이기로
코로나·737맥스 결함 겹치며 도입 시기 미뤄져
회사는 고용 보장 약속하지만…"항공기는 곧 사업장" 우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이 올해 항공기 6대를 반납, 비행기 수를 44대에서 38대로 대폭 줄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여객 회복이 지연되자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올해도 항공업황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업계 내 고용불안이 가중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지난달 22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
◆ 737맥스 도입 미뤄 44대→38대로 감소…회사는 "변동 가능"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대씩 총 6대를 리스사에 반납할 예정이다. 작년 말 기준 제주항공은 보잉 737 44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항공기 45대 중 1대를 반납한 데 이어 올해 리스 기한이 다가오는 항공기를 추가로 반납, 대규모 기단 축소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이 기단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737맥스 도입과 연관돼 있다. 제주항공은 당초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현재 보유한 737-800 기종을 차세대 기종인 737맥스로 전환한다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11월 보잉과 보잉737맥스 50대 구매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44억달러로 4조9000억원에 이른다.
737맥스는 연료 효율이 높아 737-800 대비 1000km 이상 멀리 갈 수 있다. 최대 운항거리가 6500km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노선 발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737은 단거리 노선만 운항할 수 있어 확장성을 위해 기종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위축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737맥스 도입 시기를 미뤘다. 올해부터 737맥스를 리스사로부터 도입한 뒤 2022년부터는 보잉으로부터 직접 구매한 항공기를 인도받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2023년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737맥스를 리스와 보유 형태로 운영한 뒤 리스 항공기를 반납, 보유 항공기를 늘려 리스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었다. 항공기를 구매할 경우 초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만 비용이 절감돼 운영 원가를 줄일 수 있다.
737맥스 결함 문제도 아직 남아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737맥스 운항이 재개됐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아직 운항 금지가 유지돼 있다. 국내 도입하더라도 국제선 운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737맥스를 항공사가 도입해도 미국 유럽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운항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항공사 경영 여건도 어려워 당분간 도입되기 힘들기 때문에 해외 운영결과 등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아직 구체적으로 기단 축소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비행기 수 축소 규모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737맥스 도입 시기 역시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
◆ 6대 반납시 직원 300명 잉여…사업 다각화 모색하지만 "화물사업 쉽지 않을 것"
제주항공이 항공기를 반납하고 들여오려 했던 737맥스 도입을 미루면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737 1대당 필요 인원은 50여명으로, 6대가 반납되면 300여명의 직원이 잉여로 남는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 직원은 3180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제주항공은 기단 규모를 줄여도 직원 고용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주항공의 항공기 가동률은 20% 미만으로, 작년 3월부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순환 휴직을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에게 항공기는 곧 사업장인 만큼 항공기를 줄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다만 회사가 고용 보장을 약속한 만큼 업황 회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화물을 포함한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김이배 사장은 최근 창립기념식에서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만 살아남는다"며 "항공운송 등 핵심 역량이 아니었던 사업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가 화물사업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은 승객 모객과 달리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라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가 이미 갖춰 놓은 화물기나 영업 네트워크가 전무한 LCC는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