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트로트 가수 홍진영에 이어 설민석도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뒤늦게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홍진영에 비해 설민석의 대처는 빨랐다. 다만 그가 출연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 됐다.
◆ '벌거벗은 세계사' 왜곡 논란부터 논문 표절까지…스타강사의 추락
최근 몇 년 째 각종 TV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설민석의 명성에 흠집이 났다. tvN에서 방영 중인 '설민석의 벌거벗을 세계사'의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각종 과거 발언들도 회자됐다. 해당 방송의 이집트 편 방송 이후 고고학자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20일 SNS에 공개 저격을 하며 잘못을 지적했다. 19일 방송을 두고 곽 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tvN] 2020.12.24 alice09@newspim.com |
이같은 지적에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클레오파트라 편 오류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고 사과했다. 이들은 "먼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방송시간 85분에 맞춰 시청자분들께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기 위해 압축 편집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다. 제작진은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과물을 송출했다. 불편하셨을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문단을 늘려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왜곡 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29일 한 매체는 설민석의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의 카피킬러 의뢰 결과를 공개하며 "표절률 52%로 일부 문장은 '복붙', 일부 단락은 짜깁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747개 문장으로 쓰인 설민석의 논문과 A 씨의 논문 중 100% 동일한 문장은 187개이며 표절 의심 문장은 332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민석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천안캠퍼스)를 졸업한 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각종 방송 이전에도 전국적인 인지도의 한국사 강사로 유명세를 얻었다. 현재 '벌거벗은 세계사'와 MBC '선을 넘은 녀석들'에 출연 중이었으며, 역사와 관련해 정보 전달과 재치있는 이야기를 엮어 사랑받던 그는 신뢰도에 흠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야말로 스타강사의 갑작스런 추락이다.
◆ 홍진영과 대비되는 빠른 인정·사과…피해는 고스란히 방송·시청자에게
설민석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과오를 인정하고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그는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를 작성함에 있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 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과오다. 교육자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설민석의 사과영상 [사진=설민석 유튜브 캡처] 2020.12.24 alice09@newspim.com |
이어 "제 강의와 방송을 믿고 들어주신 모든 분들,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학자, 교육자분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 저에게 보내주셨던 과분한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책임을 통감하여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설민석의 빠른 사과는 불과 며칠 전 석사 학위 취소가 확정된 홍진영의 케이스와는 대비된다. 홍진영은 지난 11월 카피킬러를 통해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지난 10여 년을 땀과 눈물을 쏟으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런 구설에 오르니 저 또한 속상하다. 이 모든 게 저의 불찰"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표절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후 학위를 수여한 조선대학교에서 잠정 표절로 결론을 내리자, 그제서야 사과를 하며 빈축을 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2020.12.30 jyyang@newspim.com |
그럼에도 설민석 사태는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설민석이 직접 "모든 방송에서 하차" 입장을 밝힌 만큼 MBC '선을 넘는 녀석들' 측에서는 30일 그의 하차를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향후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며, 이번주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방송은 결방된다. 시청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민석의 이름을 내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방송 폐지 위기까지 언급되며 궁지에 몰렸다. tvN 측은 "설민석의 SNS 입장처럼 하차가 맞다. 방송은 결정하는대로 다시 알리겠다"면서 향후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음을 밝혔다. 주요 출연자인 설민석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보 전달·교양의 성격을 지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정체성을 잃을 위기다.
업계 일부에서는 유명인, 스타강사의 유명세에 기대 프로그램을 기획한 안일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설민석이라는 출연자의 이름값에 지나치게 기댄 대가"라면서도 "방송 경력이 짧지 않은데 누가 의심할 수 있었겠나"라면서 안타까워했다. 특히 정보 전달적 성격이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 개인의 실수가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만큼 신중한 접근과 전문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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