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8개월간 미뤄진 낙태죄 개정안…임신주수 두고 전면 vs 부분 폐지
정영애 신임 여가부 장관 "사각지대 놓인 여성, 피해 없도록"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내년 1월 1일부터 낙태죄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임신중절로 인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지만, 입법 개정안이 올해 마무리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여성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12월 31일까지 이에 합당한 법률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낙태죄 관련 개정안을 이뤄지지 않았다. 법제법사위원회 공청회도 지난 8일 이후 감감무소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에 여야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낙태죄 폐지' 입법 통과는 무산됐다. 67년 만에 이뤄지는 '낙태죄 폐지'가 '입법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낙태죄'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10.08 yooksa@newspim.com |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전면 폐지에 초점을 맞췄으나 정부안은 주수에 따른 조건을 걸었다. 임신 14주까지는 무조건 처벌하지 않지만 15~24주에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라 허용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서도 다수의 개정안이 나왔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낙태죄 전면 폐지'안을 발의했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벌 조항은 삭제하고 낙태 허용 기준을 24주로 완화하는 안을 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처벌조항은 유지하고 태아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6주를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다수의 여성 단체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 측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를 촉구하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1인 시위에 참여한 모두의 페미니즘의 홍예진 씨는 "낙태죄 완전 폐지를 넘어서 임신중단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입법이 제대로 이뤄질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켜봐야겠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임신중단이 가능한 2021년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낙태죄'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10.08 yooksa@newspim.com |
또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관계자는 "이제 곧 '낙태죄'는 효력을 잃지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려면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며 "당신이 성폭력 피해자든 아니든 상관 없다. 낳는 것도 낳지 않는 것도 당신의 권리다"라고 주장했다.
모낙폐 측은 낙태죄 없는 2021년 기념 오픈 채팅방을 열고 '낙태죄' 없는 역사적인 날을 축하하는 자리를 계획하면서도 입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공백 기간과 낙태죄 폐지 이후의 과제 10가지를 22일부터 매일 한개씩 업로드하고 있다. 모낙폐에 따르면 낙태죄 폐지 이후 필요한 제도는 ▲유산유도제의 공적도입과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의료현장 실태조사와 의료인 교육훈련 ▲보건 의료체계 및 인프라 재정비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조건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성교육 ▲피임 접근권 강화 ▲출생, 양육, 입양 등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이 있다.
29일 취임한 정영애 여성가족부가 이끌 성평등 정책에도 시선이 쏠린다. 정영애 장관은 앞서 국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폐지 이후 입법 공백 기간 동안 여성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2.24 kilroy023@newspim.com |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에 여성계 원로 100인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정영애 장관은 청문회서 당시 "낙태를 법률로 처벌하기보다 여성의 건강권,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소신"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유효가 끝나고 모자보건법과 관련 법들이 남은 상태에서 새로운 입법이 마련될 때까지 여성들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낙태할 경우 의료지원을 받게 될 것인지,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 않을 것인지 (피해가)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그 기간 동안 여성이 받게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 입법과 의원께서 제시한 새로운 입법안 중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 것인지, 여성가족부의 소관은 넘어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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