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제훈이 영화 '도굴'에서 말도 많고 능청스러운 도굴꾼 강동구로 변신했다. 처음보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만 신선하다.
영화 '도굴'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이제훈은 처음 연기해보는 강동구 캐릭터를 맡으면서,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신나서 즐기고 있단 기분이 들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도굴'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1.02 jyyang@newspim.com |
"동구는 말이 많은 캐릭터죠. 실제로 대사량도 많아요. 대본 속 촘촘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정보전달을 해야 하는 역할도 있고요. 또 상황마다 인물들과 관계를 보여주는 티키타카도 있어야 했어요. 촬영 전에는 대사가 이렇게 많아서 어떻게 하지, 했는데 촬영 들어가니까 부담이 안됐어요. 제가 대사를 치면서도 즐기고 있단 기분이었죠. 예전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고심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극의 흐름에 제 몸을 맡기고 떠들었어요. 즐기면서 놀았다는 표현이 제일 잘 맞아요."
거의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아 영화를 끌고가는 역할을 하며, '도굴'이라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제훈은 "기승전결이 잘 이어져있고 납득할 수 있게 순조롭게 잘 풀려가는 이야기"라고 '도굴'의 시나리오의 첫 느낌을 얘기했다.
"시나리오도 술술 읽히고, 캐릭터들이 워낙 확고하다보니 어떤 배우들이 와서 어떻게 할까 궁금했어요. 실제로 훌륭한 분들과 앙상블을 이루며 좋았고요. 한편으론 우리 문화재를 찾아, 땅속으로 들어가고 그 안의 비주얼적인 부분이 어떻게 구현될 지 약간 걱정이 됐어요. 현장에 갈 때마다 놀랐죠. 실제로 뭘 하고, 보는 듯한 기분이 많이 들어서 의심의 여지 없이 놀 수 있었어요. '도굴'의 주인공은 배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공간과 미술 세팅, 소품이 주는 역할이 굉장히 큰 작품이거든요. 그걸 잘 보여줄 수 있단 점이 좋았어요. 관객들도 의심의 여지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을 정도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도굴'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1.02 jyyang@newspim.com |
이제훈은 스스로 예전엔 차분하고 말수가 없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강동구 역을 하면서는 일부러 말을 많이하고, 여기저기 참견하는 등 오지랖을 늘렸다. 자연스럽게 연기가 몸에 배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런 면도 있었냐'면서 놀라기도 했다고.
"누가 얘기하면 주로 경청하는 편이었어요. 연기를 할 때도 조금은 스스로 갇혀서 고민에 깊게 빠지기도 했죠.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작품에서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하고 현장 분위기나 스태프들이랑 으쌰으쌰하는 것도 중요하단 생각이 이제는 들죠. 모두가 지치고 힘든 순간이 오거든요. 오히려 기운과 에너지를 줄 수 있길 바랐죠. 캐릭터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다보니, 다들 매번 현장에서 컨디션이 좋을 수만은 없어요. 그저 환경을 잘 만들어준 스태프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죠."
특히 이제훈은 범죄오락 장르 영화를 평소 좋아한다며 "왜 아직까지 안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매력에 푹 빠졌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범죄오락물을 처음 하게 됐는데, 평소에 굉장히 즐기고 좋아하는 장르예요. 좋아하는데도 이런 선택을 안했더라고요. 강동구는 굉장히 수다스럽고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 인물이죠. 모든 말이 진짠지 가짠지 의심하게 되고 얘기를 듣다보면 진짜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캐릭터라 끌렸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부분은 저한텐 거의 없어요. 하하. 너스레를 떨거나 넉살 좋게 실없는 소리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근데 오래 봐온 친구들은 '어릴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런 얘길 들으니 재밌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도굴'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1.02 jyyang@newspim.com |
최근 작품들을 비롯해, '도굴'에서도 짙은 로맨스 장면은 나오지 않아 아쉬울 팬들이 있을 듯 하다. 이제훈은 의외로 "로맨스에 너무 관심이 있다"면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도굴'에서 잠시나마 호흡을 맞췄던 신혜선도 살짝 언급했다.
"왜 나한테 안오지, 하고 있어요. 좀 있음 앞자리 숫자가 바뀌거든요.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죠. 그 전에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진하게 해보고 싶어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굴'에서도 윤실장(신혜선)과도 썸만 타다 흐지부지 됐는데, 서로 속고 속여야 하는 사정이 있어서 그랬죠. 마지막에 여운을 남겼으니 속편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신혜선씨가 이전에 귀엽고 사랑스럽고 바보같이 순수한 역도 했던 분이고 극과 극의 연기에 정말 놀랐거든요. 서로 사랑에 죽고 못사는 로코나 멜로 장르에서 만나면 어떨까 싶어요."
'도굴'이란 신선한 소재와 별개로, 영화의 전개는 다소 빤한 케이퍼무비의 전형을 따른다. 그럼에도 이제훈이 망설이지 않았던 이유는 '문화재 환수'라는 가치와 닿아있는 이야기라서였다. 계속해서 여운을 남기는 그에게 '속편이 제작되면 무조건 하겠냐'고 묻자, 그는 흔쾌히 'YES'라고 답했다.
"정말 '도굴'이란 소재에 매료됐어요. 이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담으로 제작진이랑 다음 작품하면 일본에 수탈당한 오구라 컬렉션 환수하고, 바다 밑 보물섬에서 보물을 빼내보자고도 했죠. 해외에 가보면 우리나라가 환수하려고 노력 중인 문화재들도 많이 만나잖아요. 영화적으로 이 작품이 문화재들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끔 이야기를 펼치면 재밌겠다 싶어요. 다음편요? 무조건 해요. 영화로서 시리즈를 한편 만들어보는 것도 배우로서 꿀 만한 정말 멋진 꿈이니까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