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럽·중남미·아시아 겨냥…EU표심도 관건
[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최종 선호도 조사가 오는 27일(현지시각) 마감된다.
정부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선출을 위해 막판 선거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는 동유럽과 남미, 아시아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본부장은 당초 아프리카 여성 후보들에 비해 열세로 여겨졌다. 대륙별 안배 논리에 따라 이제는 아프리카 출신 WTO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본부장이 유력후보였던 케냐를 제치고 결선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로이터 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2020.10.09 mj72284@newspim.com |
27일 주요 외신 및 통상당국에 따르면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선호도 조사가 오는 27일(현지시간) 마감된다. 다음 달 7일 전까지 회원국 간 커센서스가 도출되면 WTO 사무총장 선출자가 결정된다. 선호도 조사에서 선출되려면 전체 회원국(164개국)의 절반인 82표를 확보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44개표가 걸려있는 아프리카연합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에게 몰표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오콘조-이웰라 후보 지지로 굳혔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지후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지 언론은 가토 장관이 일찌감치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명희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는 호재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고 교수는 "미국이 WTO 무력화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사무총장 선거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거에서는) 선진국의 의견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미국이 생각하는 세계전략차원에서 사무총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몽골, 인도네시아 등 31개국으로 이뤄진 WTO아시아개도국그룹과 8개국으로 이뤄진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이 유 본부장에게 우호적인 것도 긍정적이다. 또 남미와 동유럽도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정부도 이들 지역을 겨냥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유럽과 중남미 정상들에게 친서를 통해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매일 2~3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가지며 유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국제적인 인지도도 높고 처음부터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지만 유 본부장도 추격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역전 가능성을 내비췄다.
현재 관심사는 '유럽의 표심'이다. 통상 EU의 27개 회원국은 사전협의를 통해 단일 집단으로 투표를 해왔다. 여기에 비회원국 표까지 합하면 유럽지역이 쥐고 있는 표는 41표로 아프리카연합과 비슷하다. 유본부장이 유럽의 표를 얻는다면 역전극 가능성도 있다.
EU 지지후보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배에 대한 부채의식의 영향이다. 반면 한국과 교류가 많은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들은 유본부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변수로 오는 11월 3일(현지시각)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꼽는다.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무역체제 복원에 나설 수 있어, 유 본부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 본부장은 선거 내내 다자무역체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 여부가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있다. 정인교 교수는 "바이든 당선이 유 본부장에게 유리할 거라는 관측은 바이든이 다자무역체제를 펼칠 거라는 전제 때문인데, 그 전제 자체가 틀렸다"며 "미국의 WTO 무력화 정책은 오바마-바이든 시절에 정해진 입장이며, 바이든이 국제적 연대로 중국을 관리하겠다고 한 것도 WTO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미 대선이 선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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