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이건희' 이부진, 계열분리 명분 높아...SDS 매각 가능
이서현, 삼성물산 지배구조 복잡...경영복귀 자체 '미지수'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故)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그룹이 CJ, 신세계, 한솔그룹 등으로 쪼개졌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구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현재 보유 중인 삼성SDS 지분이나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지분을 매각,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부진 선택 촉각...신라 계열분리냐, 물산 지배력 확대냐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삼성SDS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모두 이 회장 타계 이후 지배구조 변화 및 상속세 마련 방안을 예측한 움직임이다.
(왼쪽부터)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 호암상 시상식 수상자 만찬에 참석하는 모습. [이형석 사진기자] |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 삼성그룹에서 이건희 회장 체제가 시작될 당시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각각 제지사업과 백화점사업을 들고 나온 사례가 있는 탓이다.
특히 호텔신라의 독립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그간 호텔신라 보유 지분 제로(0)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해왔다. 이는 지분 확보 능력이 있음에도 승계 전 경영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기간 유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지분을 각각 5.6%, 3.9%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 보유 지분을 매각해 5000억원가량을 확보한다면, 현 호텔신라 2대, 3대 주주인 삼성생명(7.43%), 삼성전자(5.11%) 보유지분을 매입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 경우 이 사장의 호텔신라 보유지분은 12.54%로 현 대주주인 국민연금(10.1%)을 넘어설 수 있다.
그간 이 사장이 보여준 경영능력 면에서도 계열분리 명분은 충분하다. 이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에 처음 몸 담은 뒤 2011년부터 근 10년간 면세·호텔업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2012년 2조2000억원이던 호텔신라 매출은 작년 5조7000억원으로 약 160% 증가했다. 이 사장이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호텔신라를 성장시키며 '리틀 이건희'로 불린 사례들은 유명하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20.10.26 sunup@newspim.com |
◆2년 전 경영 손 뗀 이서현...물산 패션 분리는 현실성 낮아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독립경영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은 이부진·이서현(각 5.6%) 자매 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17.48%나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5.0%), 삼성SDS(17.1%), 삼성생명(19.3%), 삼성바이오로직스(43.4%) 등 주요 자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상 계열분리가 쉽지 않은 구조다.
무엇보다 이서현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미지수다. 이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지낸 뒤 2018년 말 삼성복지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패션부문에 애정을 갖고 경영을 이어가던 그가 물러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쏟아졌다.
이 이사장은 모친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이사장은 경영에서 손을 뗀 직후부터 리움 운영위원장에 취임해 2년째 직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이 이사장에 대해서는 삼성물산 경영 복귀보다 홍라희 여사의 의중에 따라 제일기획을 물려받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 대부분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상속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