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편 가르기로 국민 대립", 직격탄 날리며 탈당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 인물난 野 경선 활기
소신파 탈당 이미지, 여당에 악재…이낙연 대응 주목
[서울=뉴스핌] 채송무 김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신파였던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을 선택한 이후 정치권에 미치는 후폭풍이 적지 않다. 내년 4월에 있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부터 시작해 강력한 여당 대선후보인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거취 역시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 전 의원이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올린 '민주당을 떠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 전 의원은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며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 김종인 "가끔 만나기도 했던 사람, 만나볼 생각있다" 파문
금태섭 이용해 당내 서울시장 후보 자극 의도 분석
금 전 의원의 탈당은 곧바로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당장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초선에 원외 인사로 한계도 있지만, 소신파로 민주당에서 탄압을 받아 탈당했다는 상징성도 있는 상황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탈당 관계 없이 가끔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니까 한 번 만나볼 생각은 있다"고 말하면서 파문은 더욱 확대됐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금 전 의원이 함께 하는 것에는 환영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특혜는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당에 들어와 경쟁하라는 뜻이다.
국민의힘의 영남 출신 다선 의원은 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우리 당과 뜻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외부 인사라고 하더라도 정권 교체에 동참하면 언제든지 환영해야 하지만 내부 인사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도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분들은 다 포함해서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후보자가 선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우리 당 내에서도 안 드러나서 그렇지 역량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경선 과정을 통해 역량을 어필하면 공천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22 alwaysame@newspim.com |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금 전 의원을 이용해 당내 서울시장 후보들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경선준비위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선거를 준비하면서 밋밋한 후보가 나가면 필패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김 위원장이 금 전 의원을 꼭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당내 출마자들의 긴장감을 자극하고, 신진 또는 외부 인사가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룰을 만들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룰대로 당원 50, 시민 50으로 하면 당내 기반이 있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며 "혁명적인 제도 변화가 없으면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 국민들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선동 전 사무총장, 지상욱 전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 전 의원의 탈당과 현 상황이 다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을 자극해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보다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alwaysame@newspim.com |
◆ 민주당은 "안타깝지만…정국에 큰 영향 줄지 미지수"
소신파 금태섭 탈당은 악재, 대선주자 이낙연 영향 줄 수도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국에 심각한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의 4선 중진 의원은 "금 전 의원이 탈당해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당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들이 신뢰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안타깝지만, 현 정국에 큰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며 "원외 인사인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아쉽게 생각한다. 충고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을 뿐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내 소신파로 꼽혔던 금 전 의원이 민주당의 핍박을 받아 결국 당을 떠난다는 것은 민주당에 적지 않은 악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지적하고 있는 당의 편협성 등이 더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난 등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경선이 활력이 생기는 것 역시 민주당에 좋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의 역풍과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여권의 악재는 여전하다. 내년 재보선이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의 문제 때문에 비롯돼 민주당 출신 후보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년 재보선이 민주당의 패배로 끝난다면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낙연 대표에게 적지 않은 상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의 탈당 사태가 불러오는 후폭풍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