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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배송 중 사망' 택배기사 유족, 사측과 면담

기사입력 : 2020년10월14일 15:32

최종수정 : 2020년10월14일 15:35

유가족 측 "제발 밥 먹는 시간만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배송 업무를 하던 도중 사망한 택배기사의 유가족이 직접 CJ대한통운과 면담에 나섰다. 이번 사고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와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택배기사 유가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4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기업 CJ대한통운은 국민 앞에서 사죄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앞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48) 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쯤 배송 도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기사로 매일 오전 6시 30분 출근해 밤 9시 넘어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 배송을 했다고 알려졌다. 택배 물량이 쏟아지던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김씨는 주변에 "몸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사진=김경민 기자]

김씨의 아버지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아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녔다"며 "이게 사람이 할 노릇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제발 먹는 시간만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택배기사들 먹을 시간도 없는데 (사측은) 먹을 시간이 있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죽음을 부르는 장시간 노동의 근본요인인 분류작업을 개선해야 한다', '죽어도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폐지해야 한다', '택배 노동자의 죽음을 수수방관하는 기업 CJ대한통운을 처벌하라'는 등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며 "택배업계 1위라고 자화자찬하는 CJ대한통운은 전국민의 목소리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김씨 아버지와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CJ대한통운 측과 면담을 실시했다. 이날 면담은 대책위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박 대표는 사측과 20여분의 면담을 마친 뒤 "이번 사망 사고와 분류작업 추가 인력 투입 등에 대해 유족과 국민들 앞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 유족에 대한 응당한 보상, 긴급 조치를 포함한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사회적 논의기구 참여 등을 요구했다"며 "부사장이 여러 가지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사과라고 할 순 없고 찾아 뵙고 상의하겠다고도 했는데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기사는 김씨 등 CJ대한통운 소속을 포함해 총 8명이다. 대책위는 추석을 앞두고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브(Sub·지역) 터미널 2067명 등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정부와 택배업계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과로사가 재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오는 17일 CJ대한통운 규탄 대회를 열 예정이다.

 

km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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