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 대한 최종 판결이 7일(현지시간) 내려진 가운데, 유엔인권사무소는 해당 재판이 투명성을 보여주고 정의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8일 루퍼트 콜빌 유엔인권최고대표실 대변인은 "유엔은 사형제도에 반대하지만, 이번 판결을 내린 법정은 법적 절차에 있어 적절한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기소된 자들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으며 범죄에 상응하는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스탄불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른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불명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였던 하티스 첸지즈가 카슈끄지 살해사건 관련 재판을 참관한 후 기자들 앞에 나섰다. 2020.07.03 gong@newspim.com |
미국 CNN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8명 중 5명에게 20년형, 1명에게 10년형, 나머지 2명에게 7년형을 각각 확정했다.
카슈끄지의 유가족이 피고인 5명에 대해 '종교적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탄원해 사형을 면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10월 2일 발생한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2년 만에 최종 판결로 법적 절차가 완료됐다.
하지만 살해 동기와 경위, 살해를 지시한 고위 권력자들은 여전히 미궁으로 남았고 카슈끄지의 시신도 결국 찾지 못했다.
카슈끄지 살해에 대한 독립 조사를 주도해 온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번 판결은 정의를 놀리는 것"이라며 "사우디 검찰은 '이 정의의 패러디'에서 연기를 했을 뿐이고, 판사가 내린 판결은 어떠한 법적, 도덕적 정당성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암살범 5명은 20년형을 받았지만, 암살을 조직하고 지시한 고위 관료들은 처음부터 면죄부를 받아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였던 하티스 첸지즈 또한 "판결은 정의를 비웃는 소극"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이었던 카슈끄지는 2019년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됐다. 이후 살해 당시로 추정되는 음성 자료 등이 공개됐지만 살해 경위나 시신 등은 찾지 못했다.
사우디 당국은 카슈끄지 암살과의 관련 사실을 계속 부인하다 속속 증거가 나타나자 2019년 12월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11명의 용의자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위급 관료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은 일축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살해 지시를 내렸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사우디 측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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