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에서 구제받고 드롭·플레이스한 볼 굴러갈까봐 샷 구상한 다음에 플레이스
미국PGA 투어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신예답지 않은 남다른 규칙 해석 '눈길'
선두 존슨과 7타차 단독 5위…임성재보다 2타 앞선채 최종 라운드 돌입
[서울=뉴스핌]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우승상금 1500만달러(약 178억원)가 걸린 미국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이자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
평상시와 달리 금~월요일에 치른 까닭에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길이7319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 쏠린 관심은 두 가지였다.
콜린 모리카와(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PGA 투어 챔피언십 3라운드 8번홀(파4) 그린 앞에서 박힌 볼 처리를 두고 경기위원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닷컴] |
미국팬들은 더스틴 존슨(미국)이 계속 1위를 유지해 우승까지 내달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톱랭커들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를 주목했을 법하다. 한국팬들은 2라운드에서 단독 2위에 오른 임성재를 지켜봤을 것이다.
3라운드 결과 존슨은 합계 19언더파 201타로 5타차 단독 선두로 나서며 우승을 예약했다. 그 반면 임성재는 '무빙 데이'에서 2타 뒷걸음질친 끝에 합계 10언더파 204타의 공동 6위로 밀려났다. 선두 존슨과는 9타차여서 최종일 역전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순위를 지금보다 끌어올리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 와중에 관심을 끈 선수가 있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US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23·미국)다.
모리카와는 이날 3타를 줄인 끝에 합계 12언더파 203타로 단독 5위에 자리잡았다. 선두와는 7타차이고, 임성재보다 2타 앞섰다.
모리카와는 1번홀(길이 448야드) 그린 앞 경사진 벙커에서 모래에 박히다시피한 볼을 바로 홀에 넣어 버디를 기록했다. '오늘의 샷'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한 굿샷이었다.
그런데 골프 규칙에 관심이 있는 골퍼들은 그의 이날 8번홀(길이 449야드) 플레이를 더 자세히 지켜봤을 것이다.
지난해 미국 명문대 UC 버클리(경영학 전공)를 졸업하고 투어 무대에 뛰어든 그는 머리가 영특했다. 투어 신인급인데도 골프 규칙을 해석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8번홀에서 그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약 2.5m 못미쳤다. 볼이 멈춘 곳은 완만한 경사지였는데, 멈춘 볼의 아랫부분이 약간 박힌 듯했다.
경기위원은 처음에 "박히지 않았고 구제받을 수 없으니 그대로 쳐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모리카와는 볼이 낙하하면서 잘린 잔디잎이 볼에 달라붙어있고 지면의 꺼진 부분에도 그 잔디잎이 있다며 무벌타 구제를 요구했다. 볼이 직접적으로 흙에 닿아있지 않지만, 볼의 일부가 그 자체의 피치마크에 박힌 채 지표면 아래에 있으니 구제를 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뜻이었다. 상황을 더 살핀 경기위원은 그에게 박힌 볼 구제를 허용했다.
거기까지는 여느 선수들도 할 수 있는 요구였다.
모리카와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볼이 박힌 곳이 경사지여서 드롭한 볼이 구제구역(이 경우 한 클럽 길이)을 벗어났다. 두 번째 드롭한 볼도 마찬가지여서 낙하지점에 플레이스해야 했다.
모리카와가 처음 플레이스한 볼은 정지하지 않고 조금 움직였다. 이 경우 그 지점에 두 번째로 플레이스해야 한다. 역시 여느 선수 같으면 곧바로 두 번째로 플레이스했을 것이다.
모리카와는 달랐다. 두 번째 플레이스하려다가 말고 경기위원에게 "다음 샷을 구상한 다음 플레이스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물론 경기위원은 "오케이"했다.
모리카와는 플레이스할 자리에 티로 마크하고, 몇 차례 연습스윙을 하고 그린으로 걸어가 플레이 선 등을 파악한 후 돌아와 그제서야 볼을 플레이스했다. 두 번째 플레이스한 볼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인플레이볼이 됐고, 그는 세 번째 샷을 홀옆 90cm 지점에 붙여 파를 세이브했다.
모리카와가 첫 번째 플레이스한 볼이 움직여 두 번째 플레이스를 할 차례에 곧바로 플레이스를 하지 않은 것은 두 번째 플레이스를 한 볼이 그가 홀까지 왕래하는 사이에 움직일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두 번째 플레이스한 볼이 정지한 것을 보고 홀쪽으로 가서 샷을 구상하는 사이 볼이 움직일 경우 볼이 멈춘 자리에서 쳐야 한다. 그의 볼이 있는 곳은 경사지였으므로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볼이 경사지를 따라 굴러가면 홀에서 멀어지고, 그는 더 먼 거리에서 다음샷을 해야 한다. 그 가능성을 막기 위해 다음샷을 구상한 다음 두 번째 플레이스를 한 것이다.
모리카와는 중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뒀다. 현재 세계랭킹은 5위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지난해 2월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 4라운드 11번홀(길이 483야드) 그린주변 페널티 구역에서 측면구제를 받고 드롭했다. 드롭 지역이 경사지여서 두 번째 드롭한 볼마저 구제구역을 벗어나자 플레이스했다. 플레이스한 볼이 정지한 것을 확인한 후 약 12m 거리의 샷을 구상하러 그린 근처에 갔을 때 볼이 저절로 굴러 페널티 구역으로 들어갔다. 인플레이볼이 자연의 힘에 의해 움직였으므로 파울러는 어쩔 수 없이 또한번 페널티 구역 구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도 우승했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