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등 지분 무상증여로 퓨얼셀 최대주주로
원전-가스터빈-풍력-연료전지 포트폴리오 구축
非에너지 계열사 매각 방침..밥캣도 매각 전망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그룹'으로의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비(非) 에너지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자구안의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두산밥캣도 현재의 그룹 재편 그림대로라면 매각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두산 대주주들이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산퓨얼셀의 대주주에 오른 두산중공업은 원전부터 가스터빈, 풍력, 연료전지에 이르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두산그룹의 이번 결정은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구조개편을 진행 중인 채권단과 오너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와 관련 없는 계열사들은 당장 매출이 높거나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더라도 과감히 매각한다는 방침을 엿볼 수 있다.
전지박·동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와 건설기계·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지박과 동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회사다. 올 상반기 매출액 1461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으로 알짜 회사에 속하지만 총 7000억원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된다.
두산중공업이 지분 36.27%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기준 두산중공업의 전체 매출 15조6597억원 중 52%(8조1842억원)를 담당했다. 올 2분기에도 두산중공업의 매출 54%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발생하는 등 두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상반기 6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가 33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덕분에 간신히 영업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관련 계열사가 아닌 곳은 모두 매각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룹 입장에서 현금창출 동력을 잃더라도 원매자가 있을 때 제 값에 팔아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룹 재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채권단과 경영진의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비롯해 아직 매각 소식이 없는 비 에너지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달 중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밥캣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캣을 제외한 두산그룹의 비 에너지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유압기기 생산업체인 모트롤사업부를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530억원에 매각했고, 이에 앞서 투자사인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건설은 대우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놓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구조개편을 진행하면서 인프라코어는 매각하고, 밥캣은 남겨둘 이유가 없다"며 "밥캣이 매각 후순위로 미뤄져 있거나, 인프라코어 매각 협상과정에서 함께 매각될 변수가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