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의해 공격당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러시아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로 이송돼 치료 받고 있는 나발니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나발니가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노비촉 신경작용제를 통한 독살 시도를 당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는 러시아 야당 지도자에 대한 독극물 살해 시도에 대한 매우 믿기 어려운 정보"라면서 "알렉세이 나발니는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 작용제 공격의 피해자이며 이 독극물은 검사를 통해 명백하게 확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알렉세이 나발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9.03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이어 모스크바 당국 스스로 이 문제를 해명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독일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지 논의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도 이와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독일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노비촉 계열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은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 달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고 옴스크 제1 구급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사건 직후 독극물에 의한 암살 시도라고 주장했고 이후 나발니는 독일이 보낸 응급 항공기에 실려 베를린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노비촉은 냉전 당시 구 소련이 개발한 강력한 독성의 신경작용제로 러시아 군과 정보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의 살해 미수 사건에 노비촉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며 서방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 문제에 대해 독일과 협력하기 위해 완전한 정보 교환을 원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노비촉 사용 주장에 대해선 아직 적절한 성명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독일 정부의 공식 발표 직후 서방권은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를 "비열하고 비겁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EU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어떤 경우에든 화학 무기를 사용한 공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이 사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나발리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이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오늘 발표된 결과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증거가 이끄는 바에 따라 러시아에 있는 이들이 책임을 지도록 동맹,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악의적 활동에 대한 자금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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