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한 홈플러스·GS프레시·현대百
업계, 장보기 시장 판도 흔들 파급력 '미미'…카테고리 종속화 우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오프라인 대형 마트들이 장보기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쇼핑에 입점하며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이들 업체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유통업체들이다.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네이버쇼핑과 연합군을 형성해 외연 확장을 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판매채널 확장의 의미가 클 뿐 선두주자를 위협할 만큼의 파급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2020.09.02 nrd8120@newspim.com |
◆적과의 동침…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한 홈플러스·GS프레시·현대백화점
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의 GS프레시·농협하나로마트·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0일 네이버쇼핑가 새롭게 선보인 '장보기 서비스'에 공식 입점했다.
이번에 네이버쇼핑과 연합군을 형성한 업체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통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네이버가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와 달리 포털 사업자라는 유리한 위치에 있고 무서운 기세로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네이버의 거래액은 20조9249억원이다. 17조원 규모인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능가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7조원을 웃돌며 대형마트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GS리테일도 자체 온라인몰 GS프레시를 통해 새벽배송을 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다. 현대백화점도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 비해서는 자체 온라인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롯데는 유통 계열사 7곳을 통합해 롯데온을,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 선점에 나선 반면,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몰 '더현대닷컴'과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현대hmall' 투트랙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두 온라인몰을 통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계열사간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문몰을 특화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선보인 식품관 새벽배송서비스인 '투홈'이 바로 그것이다. 투홈에 대한 초기 반응은 좋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면서 3배 가량 주문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쇼핑 입점으로 새로운 판로 개척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판매 채널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처럼 전통 유통강자들이 네이버를 택한 것은 포털 사업자라는 지위가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 접근성 측면에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네이버 회원 수가 4000만명에 달한다.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 네이버 로그인만으로 각 업체들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할인 혜택도 강점이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7%까지 적립이 가능하다. 일반 구매 고객은 3%, 유료 멤버십 회원은 7% 적립률을 적용받는다. 상당수 이커머스 업체들은 기본 0.1%에 유료 멤버십 회원이거나 전월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하면 네이버의 포인트 적립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단점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와 GS프레시,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물건을 각각 구매하더라도 통합 결제가 안 된다. 각각 업체별로 따로 결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업계 "수익 창출에는 도움" VS "포털 종속 가속화 우려"
업계에서는 판매채널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GS프레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30일 매출이 112% 신장했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입점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네이버 입점을 계기로 올해 160만명의 온라인 고객을 유치하고 10% 이상의 추가 매출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장보기 시장'의 판도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통업체를 입점시켜 제휴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는 네이버가 챙기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 그렇다고 직접 장보기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장보기 시장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장보기 시장은 주로 신선식품 상품을 취급하고 날씨와 고객 성향과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상품 차이가 커 상품 구색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은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폐기처분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지 않고 폐기처분율을 낮추기 위해 직접 배송에 나서야 한다. 이럴 경우 물류센터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막대한 투자로 인한 대규모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신선식품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 내부 전경. [사진=SSG닷컴] 2020.08.28 nrd8120@newspim.com |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업체들이 네이버 입점했는데, 판매채널 확대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네이버가 장보기 시장에서 크게 파급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업체들을 입점시켜 취할 수 있는 이익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털에 종속화되는 또 하나의 카테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가 '장보기 시장'에서 안착하게 되면 유통업체들은 제휴 수수료와 마케팅 진행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고 따라가야 하는 '을'의 지위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네이버가 초기 사업자로서 유통업체들을 입점시키기 위해 당근책을 제시해 이익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비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장보기 시장에서 자리잡으면 리스크는 커진다"며 "트래픽을 가져오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파이가 커지고 자리잡으면 네이버와 유통업체는 종속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마케팅이나 가격 행사 등 네이버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