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운동본부 추산 집회 참석 100만명 웃돌아
4.15부정선거투쟁본부·민노총 등도 집회 열어
서울시, 강력 대응…경찰,TF 꾸려 수사키로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교회발 집단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이 걸렸지만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울시는 집회금지 명령에도 집회를 강행한 주최 측과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채증 분석을 통해 향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8.15 국민대회를 강행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집회 참석자를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10월 3일 집회(100만명)보다 많았다는 게 주최 측 주장이다.
국민운동본부는 당초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집회를 불허하다가 전날 밤 10시 동화면세점 앞 집회를 허락하자 장소를 옮겼다.
집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주최 측은 명단작성과 발열체크를 하며 방역관리에 나섰지만 참석자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전원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어려웠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제75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자유연대 주최로 문재인 퇴진 8.15 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20.08.15 mironj19@newspim.com |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비가 내리면서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이들이 많았다. 간간이 폭우가 쏟아지자 일부는 인근 건물로 피신하면서 혼잡이 빚어졌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끄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도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지난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3000여명이 집회에 참가한다고 신고했다.
다른 보수단체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박대통령석방과 문재인정권 타도를 위한 국민연합은 오전 11시부터 을지로입구역 인근서 1인 릴레이 발언을 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태극기를 든 50여명이 모였다.
나라지킴모임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천막 1개를 쳐놓고 자유발언을 하는 행사를 가졌다. 해병대전국총연맹 등 보수단체 46개가 연합한 전국연맹은 나라지킴모임이 연 자유발언을 지지한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오후 3시부터 2000명이 참석한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가졌다. 민노총은 당초 안국역 인근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안국역 부근을 통제하자 집회 장소를 보신각으로 옮겼다.
경찰은 이날 93개 중대 경력 6000여명을 집회 현장 곳곳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곳곳에서는 교통 통제도 이뤄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국민운동본부가 연 집회 영향으로 오후 1시 39분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삼거리까지 양방향 차로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가 연 집회 때문에 한국은행 앞에서 을지로 1가 구간 남대문로 차량 통행도 일부 통제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광화문 일대가 통제되고 있다. 2020.08.15 mironj19@newspim.com |
집회 때문에 도로와 횡단보도 통행이 제한되자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광화문역에서 만난 김모(34) 씨는 "정부도 코로나19가 있으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집회를 연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집회 주최 측 및 참석자들을 비판했다.
최모(26) 씨는 목소리를 높이며 "횡단보도도 막혀서 서울시청 쪽으로 가는데 직선거리 길을 놔두고 수백미터 빙 돌아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는 음료수병 등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비를 피해 은행 현금자동출입금기(ATM) 건물 안으로 왔던 집회 참석자들이 비가 멈추자 비옷을 그대로 벗어놓고 가기도 했다. ATM 건물 내 쓰레기통은 비옷과 플라스틱컵, 우산 비닐 등으로 넘쳤다.
ATM을 이용한 김모(22) 씨는 "쓰레기 때문에 (ATM에) 들어오기 짜증났다"며 "개념이 너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집회금지 명령을 내린 서울시는 50명에 가까운 시 공무원을 집회 현장에 보내 집회 현장을 감독하고 참석자들 사진을 찍었다. 시는 자료를 분석한 뒤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채증 자료를 확인하고 고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불법집회를 주도한 주최 측과 집회 참석자들을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상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는 금지집회 주최,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를 위해서 서울지방경찰청은 29명 규모의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경찰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과 법원의 결정에도 금일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했다"며 "도심 도로를 점검해 수시간 동안 국민불편을 초래한 집회 주최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