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15호선 확장공사로 지반 약해져 산사태...2~3일전 발파작업"
섬진강둑 붕괴된 신리마을...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치우기 사투"
[곡성=뉴스핌] 조은정 기자 = 13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일주일 전 주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사태 현장이다. 토사와 돌, 파손된 콘크리트 등에 짓눌린 무너진 주택은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도 놀란다"며 "잠도 오지 않는다. 일주일째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울먹였다.
전남 곡성군에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최대 555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인명 및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곡성=뉴스핌] 전경훈 기자 = 남부 지방에 지난 7일부터 400mm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곡성군 곡성읍 금곡교 도로가 붕괴됐다. 2020.08.08 kh10890@newspim.com |
지난 7일 오후 8시 29분쯤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5채와 주민 5명이 매몰됐다. 당국은 8일까지 수색작업을 벌인 결과 매몰 현장에서 5명을 찾았지만 모두 숨졌다. 사고가 난 오산면 지역은 7일과 8일 사이에 5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지역 주민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마을 위쪽에 위치한 국도 15호선 확장 공사 때문에 지반이 약해진 탓이다"며 "산사태 현장을 보면 국도 15호선 공사장부터 마을까지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3일 전 공사장에서 발파작업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쿵쿵' 소리가 났다"며 "진동으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곡성경찰서 관계자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과학수사대와 전문가 등을 투입해 산사태의 원인이 도로 공사 때문인지, 폭우와 같은 다른 이유인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곡성=뉴스핌] 조은정 기자 = 13일 전남 곡성군 겸면 인근 마을에 산사태가 발생해 태양광 발전시설이 무너졌다. 2020.08.13 ej7648@newspim.com |
이날 오후 섬진강둑 붕괴로 곳곳이 침수된 곡성군 고달면 신리마을.
이 마을은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마을에는 수해의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마을 곳곳에는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가재도구들로 보이는 쓰레기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군 장병과 자원봉사자들은 흙더미에 묻힌 세간살이를 건져서 씻느라 쉴 틈이 없다.
[곡성=뉴스핌] 조은정 기자 = 곡성군 곡성읍 신리마을에 주택에 있던 가재도구들이 흙더미와 뒤엉켜 도로가에 나와 있었다. 쓰레기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버려진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2020.08.13 ej7648@newspim.com |
주민 김모 씨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허리 한번 펴지 않고 일주일째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뉴스로 보던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원봉사자 박모 씨는 "곡성군 호우 피해지역은 곡성읍, 오곡면, 고달면, 옥과면, 입면, 겸면 등 지역이 넓고 규모도 너무 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며 "의류와 식량, 담요 등의 구호품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곡성군 피해복구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집계된 잠정 피해액만 약 600억원이다.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피해가 2326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신고가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곡성=뉴스핌] 조은정 기자 = 13일 전남 곡성군 고달면을 찾은 도연합회 임직원, 광양시연합회 회원이 피해 주민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2020.08.13 ej764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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