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정통 롯데맨'...신동빈 회장 조력자로 '그룹 2인자' 우뚝
퇴임 이유는 개인적인 사유로 전해져...문책성 or 자진사퇴 해석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롯데그룹 2인자'로 통하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전격적으로 사임하면서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 해외 진출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그룹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사진=롯데지주] 2020.04.09 nrd8120@newspim.com |
황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뒤 41년간 롯데에 적을 둔 '정통 롯데맨'이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 중이던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辛의 남자'로 등극했다.
신 회장이 1995년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이동할 때 황 부회장을 기조실 산하 국제부장으로 데리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제팀장·실장을 거치며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황 부회장은 굵직한 M&A를 주도하며 그룹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대화화재(롯데손해보험), 바이더웨이(코리아세븐),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KT렌탈 인수,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신 회장과 함께 2017년 출범한 롯데지주의 공동대표를 맡아 그룹 전반의 경영을 책임졌다. 특히 그는 신 회장이나 그룹 위기 때마다 최전방에서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신 회장의 경영비리 구속, 중국 사드 보복 등으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 현안을 챙겼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 회장이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후임으로 송용덕 부회장이 선임돼 '투톱 체제'로 롯데를 이끌어 왔다. 그간 황 부회장은 주로 M&A와 신사업, 대외 업무를 맡아 미래 먹거리 창출에 힘써 왔다. 송 부회장은 인사와 감사 등 경영지원 부문을 맡아 왔다.
인사 발표 당시 신 회장이 황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송 부회장을 선임했다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해 의혹에 그쳤다.
◆황 부회장 퇴임 소식에 롯데 '발칵'...퇴임 사유 놓고 해석 분분
이런 와중에 전해진 돌연 퇴진 소식에 롯데 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황각규 부회장의 퇴진 소식을 기사를 접하고서야 알았다"며 "내부에서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고 들린 소문도 없었다. 너무 갑작스럽다"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놓고 매우 이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부회장 등 경영진 인사는 정기 인사기간에 맞춰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경영진 사퇴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황 부회장이 돌연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그룹의 경영 위기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과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다만 황 부회장의 퇴임 이유는 개인적인 사유로 전해졌다.
현재 롯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불매운동과 코로나19, 내수 침체, 소비심리 위축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와 롯데케미칼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롯데쇼핑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98.5% 급감한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임시휴점과 단축영업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고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으로 매출 부진이 심화됐다. 매출액은 4조7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줄었다. 당기순손실액은 199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3월 발생한 대산공장 폭발사고 여파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0% 주저앉았다.
황 부회장의 퇴임에 따라 신 회장이 경영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황 부회장의 퇴임으로 인해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며 "그간 신 회장이 여기저기 경영 현장을 돌며 현안을 챙겨온 만큼 당분간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