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공소장 변경으로 직권 파기했지만…양형은 그대로 유지
성광의료재단, 무죄→유죄…"의사 대한 주의 의무 안 기울여"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분만 과정에서 낙상 사고로 숨진 신생아의 사망 원인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분당차여성병원(차병원) 의사들이 2심에서 직권 파기돼 형을 다시 선고받았지만, 실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15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차병원 소속 의사 문모(53) 씨와 이모(66)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신생아 사망 사고 당시 증거인멸과 허위진단서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분당 차병원 의사들이 지난해 4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19.04.18 kilroy023@newspim.com |
함께 재판에 넘겨진 부원장 장모(64) 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신생아를 옮기던 중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 이모(40) 씨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00만원을,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법원은 2심에서 인용된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따라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형을 정했지만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양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성광의료재단에 대해선 의사들의 의료법 위반 행위 방지를 위해 필요한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해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된 원심 판단을 뒤집고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기를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사건에서는 그보다 다른 피고인들이 신생아의 사망 이후 보인 증거인멸의 행위가 훨씬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이 의술을 베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불행한 결과에 대해선 안타깝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의료인이 독점하고 있거나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할 경우 해당 의료인에 대해 온정을 베풀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독점된 정보를 이용해 이 사건 사고 원인을 숨긴 결과 오랜 시간이 흘러 비로소 개시된 수사 절차에서도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끼쳤다"며 "이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최 부장판사는 "비록 사망한 아기의 보호자와 합의한 정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엄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지금까지 성실하게 의술을 베풀어 온 의료인이라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 11일 분당 차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받아 옮기다 떨어뜨려 아기가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아기는 두개골이 골절돼 사망했으나 이들은 사고 직후 소아청소년과에서 찍은 아이의 뇌 초음파 사진에서 발견된 두개골 골절 및 출혈 흔적을 삭제했다.
또 아기 부모에게 수술 과정에서 아기를 떨어뜨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량출혈'로 기재하고 사망 종류란에도 '병사'로 허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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