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로 신생아 사망…의료기록 삭제 등 혐의
재판부 "의료계 신뢰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범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6년 낙상사고로 숨진 신생아의 사망 원인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분당 차여성병원(차병원) 의사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장두봉 판사는 13일 오후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병원 소속 의사 문모 씨와 이모 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이들과 함께 기소된 진료 부원장 장모 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신생아를 옮기던 중 넘어지면서 아기를 떨어뜨려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이모 씨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신생아 사망 사고 당시 증거인멸과 허위진단서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분당 차병원 의사 문모씨, 이모씨가 지난해 4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19.04.18 kilroy023@newspim.com |
이날 장 판사는 낙상사고와 아기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진료기록부에 사망원인을 기재할 의무가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제출된 증거를 종합하면 아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발생한 두개골 골절과 출혈로 인해 아기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실에서 제왕절개 직후 아기를 떨어뜨린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또 증거인멸을 공모하지 않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이 사고 발생 직후 병원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과 검찰에서의 진술 등을 근거로 들며 증거인멸 공모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장 판사는 "산모 주치의 문 씨와 소아청소년과 의사 이 씨, 진료 부원장 장 씨가 공모해 아기 사망 증거인 뇌 초음파 자료를 삭제하고 사체가 일반 장례절차로 화장되게 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형에 관해서는 "피고인들은 병원 내 수술실에서 발생한 사고와 아기의 사망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 범행을 저질렀다"며 "환자들이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의사들이 환자의 신뢰를 배반했고, 이는 의료계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기 보호자들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실형을 선고받은 문 씨와 이 씨는 보석 결정이 취소되고 장 씨는 법정구속됐다.
양벌규정이 적용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차병원 그룹 내 의료법인인 성광의료재단은 관리·감독 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 11일 분당 차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받아 옮기다 떨어뜨려 아기가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아기는 두개골이 골절돼 사망했으나 이들은 사고 직후 소아청소년과에서 찍은 아이의 뇌 초음파 사진에서 발견된 두개골 골절 및 출혈 흔적을 삭제했다.
또 아기 부모에게 수술 과정에서 아기를 떨어뜨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량출혈'로 기재하고 사망 종류란에도 '병사'로 허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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