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분기 미국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월가가 주가 향방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3월 저점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밸류에이션을 한계 수위까지 끌어올린 상황에 2분기 이익 급감이 급락 반전과 변동성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여기에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익 전망 제시를 중단, 이번 어닝 시즌이 뉴욕증시에 커다란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IB) 업계는 2분기 S&P500 기업 실적에 대해 일제히 비관적인 목소리를 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는 S&P500 기업의 2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45% 가량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섹터의 이익 감소 폭이 약 150%에 이를 전망이고, 필수 소비재와 산업재 이익이 각각 119%와 89%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여건과 대손충당금 급증으로 인해 금융권 이익도 55% 줄어들 전망이고, 소재와 통신 서비스 부문의 이익도 39%와 31% 감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11개 섹터 모두 이익 감소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충격에 따른 결과다.
미국 투자 매체 CNBC는 2분기 어닝 시즌이 12년래 최악의 사태를 연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 기업 이익이 67% 내리꽂힌 이후 가장 큰 폭의 이익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요인은 따로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약 40%에 달하는 S&P500 기업이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 향후 이익 전망을 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어닝스 스카우트의 닉 라이히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이익 전망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 활동 재개와 관련한 밑그림이 분명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3일 연속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6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확산이 멈추지 않으면서 사망자가 늘어날 경우 경제 재봉쇄가 불가피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플로리다 등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역에서는 경제 재개방에 제동이 걸렸고, V자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였다.
인스티넷의 해리 커티스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익 급감에 전망치 공백까지 월가가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았다"며 "밸류에이션은 현실과 동떨어졌고,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장기간의 경기 하강 속에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의 로버트 벅클랜드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12개월간 주식시장은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주가가 급락할 때까지 매수 전략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침체 예측으로 유명세를 탄 미국 경제학자 겸 투자자 게리 실링은 C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1년 사이 주가가 30~40% 폭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익 침체와 경제 재봉쇄 리스크 속에 대공황 당시와 흡사한 주가 급락이 전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 기업 수익성 악화와 함께 하반기로 가면서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상할 경우 법인세 상승 우려가 번지면서 주가를 강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