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8일 "현재 수사팀 포함 수사본부 구성" 건의
"법무부가 먼저 제안" vs "대검이 먼저 요청"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독립 수사본부' 구성 제안의 시발점이 어디인지를 두고 양측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윤 총장이 표면상으로는 장관 지시를 수용하면서 갈등 봉합의 운을 띄웠지만 이같은 양측 입장 차이로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추미애 장관은 9일 "대검찰청으로부터 서울 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이를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 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도 대검에 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대검이 전날 윤 총장의 독립 수사본부 구성 건의가 법무부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발이다.
윤 총장은 같은날 오전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사실상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공개하면서 "(추 장관의)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다"며 "어제(8일)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윤 총장의 전날 독립 수사본부 설치 건의가 자신이 공식 건의하는 형태만 갖췄을 뿐 이 역시 법무부 장관 지시였다는 취지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자, 대검이 나서 법무부와 대검 사이 의사결정 과정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윤 총장은 전날 6시 대검찰청 대변인실 명의로 "채널A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 공개 건의 1시간 40분 만에 이를 즉각 거부했다. 추 장관은 같은날 오후 7시 40분 무렵 "검찰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 교체와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취재진들에게 문자를 보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과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입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출근길을 기다리던 취재진들이 이미 출근했다는 통보를 받고 법무부 주변을 취재하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6시쯤 대검찰청은 "채널A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에게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 장관은 두 시간도 채 안된 저녁 7시 50분쯤 이를 거부하며 오늘(9일) 오전 10시까지 윤 총장의 입장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2020.07.09 dlsgur9757@newspim.com |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갈등 봉합을 위해 '물밑'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착오가 생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물밑 접촉 과정에서 논의된 절충안 수용 의사를 뒤집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대구 고검장을 지낸 김경수(60·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장관은 '특임검사는 안 된다'고 했는데 다시 총장이 특임검사 유사한 제도를 제안해 대검이 오히려 장관 지시에 대한 어깃장을 놨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한편으론 법무부가 마치 총장으로 하여금 절충안을 내면 받아들일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장관이 이걸 받아들일 생각 없이 다른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을 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일 검언유착 의혹 관련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해당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윤 총장은 수사 결과만을 보고받으라는 취지로 윤 총장을 지휘했다. 이 사건 주요 피의자인 전직 채널A 기자 이모(35) 씨가 신청한 검찰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고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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