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지자체 예산맨 연일 찾아와 예산 심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세 차례 추경에 '녹초'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지난 16일 오후 1시경 기획재정부 청사 앞. 천안시 엠블럼을 크게 붙인 관용버스에서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10여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이들은 박상돈 천안시장과 함께 청사 입구에서 방문증을 발급받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다.
같은 시간 천안시청 공무원들을 뒤로한 채 올라온 기재부 3층에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10여 명의 포항시청 공무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안도걸 예산실장,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등 예산실 고위당국자들을 만나기 위해 분주히 예산실을 찾았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건물 1층. 천안시청 공무원들이 방문증을 발급받고 있다.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2020.06.17 204mkh@newspim.com |
기재부가 각 부처 예산안에 대한 1차 심의를 오는 26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예산실은 각 부처와 지자체의 예산담당 공무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예산실을 찾은 이들은 누구나 비장함과 절실함이 온몸에 묻어난다. 과거처럼 양손에 선물보따리를 잔뜩 들고오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소속기관 예산의 희비를 떠맡은 이들의 책임감은 더 무거워졌다.
시·도별 말단 관리직원부터 단체장까지 10~20명씩 버스를 타고 방문하는 모습은 요즘들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은 물론 산업단지, R&D, 문화재 복원 등 지역별로 요구하는 숙원사업도 다양하다.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은 전년보다 6.0%가 증가한 총 542조9000억원이다. 사상 첫 500조원대 예산을 기록했던 올해 예산 512조3000억원보다도 무려 30조원이나 늘어난 '슈퍼예산'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방분권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자율성을 더욱 보장하면서 예산운용 폭은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방재정이 점차 악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역대 최대로 꾸려질 국비 확보에 지자체장들이 더욱 사활을 거는 이유다.
반면 예산실 직원들은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되면서 그야말로 녹초가 된 상황이다. 연일 반복되는 야근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특히 연초부터 세 차례의 추경안을 만들면서 업무 강도는 전례없는 수준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예산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전국에서 찾아온 이들을 매일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일이다. 그렇다고 예산심사를 화상으로 대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일처럼 많은 사람들과 미팅을 해야 한다"면서 "예산실을 찾아오는 이들이나 예산실 직원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야간 전경 2020.06.17 204mkh@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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