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지친 이들을 위한 전시가 서울 가나아트 나인원에 펼쳐진다. 화려한 색채의 힘을 보여주는 하태임(47) 작가가 2년 만에 여는 개인전 'UN PASSAGE(통로)'는 관람객에게 힐링을 선사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UN PASSAGE(통로)'는 수맣은 색채 중 블루와 핑크를 중점으로 새로운 내면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가의 선택을 받은 블루와 핑크는 다양한 관객과 만나 소통을 나눌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하태임 작가 2020.06.16 89hklee@newspim.com |
작가 하태임의 선택을 받은 색 블루와 핑크는 작가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블루는 그에게 이상과 꿈을 향한 호기심, 핑크는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버리고 힘든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화해와 너그러움의 색이다. 블루와 핑크를 배경에 놓고 다양한 색띠를 경쾌하게 그렸다. 핑크와 블루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마치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우리 사회를 따스하게 위로하듯 손짓한다.
다채로운 색감은 한두번의 붓칠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투명한 색감을 띠게 하기 위해 노란색은 12~15번 정도 덧칠한다. 한번의 터치 후 2시간이 지나서야 새로운 붓질이 가능하다. 3~5번에 끝나는 붉은색보다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전시에 리드 역할을 하는 핑크와 블루는 노란색과 붉은색에 의해 더욱 빛을 내는 듯하다. 하 작가는 "색이 익어야 한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라며 "시간의 층이 쌓여 색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색채도 눈길을 끌지만 감각적인 '색띠(컬러 밴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선이 아닌 그의 붓질로 만든 원만한 곡선은 자연스럽다. 이를 두고 작가는 우주의 궤도처럼 자연러운 시간의 행위라고 말한다. 그는 팔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려 쓸어내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Un Passage No. 201007, 130X162cm, Acrylic on Canvas, 2020 [사진=가나아트 나인원] 2020.06.16 89hklee@newspim.com |
'색이 우선이냐, 형태가 우선이냐'에 대한 예술적 고민에서 하태임 작가는 '색'을 앞세운다. 하 작가는 색이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이며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색의 의미는 저마다 겪은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이야 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자는 소통의 수단일뿐이며, 진정한 소통은 비언어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작업에서 나타난 컬러 밴드는 프랑스 유학시절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소통'의 개념에 집중하면서 나타난 형태다. 이전 그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문자와 부호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는 색띠와 같은 순수한 시각 요소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가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구현해 작가의 내면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다양한 색채를 겹쳐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담아낸 하태임의 개인전 'UN PASSAGE'는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17일부터 7월 5일까지 볼 수 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