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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급 인종차별 저항에 '콜롬버스 동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기사입력 : 2020년06월11일 16:17

최종수정 : 2020년06월11일 17:05

구시대 유물, 영화, 스포츠계도 자정 바람 강력
주요기업들도 인종차별 철폐 정책 잇따라 내놔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로 인한 '흑인사망' 시위가 전세계로 번지면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 뿐 아니라 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이 같은 바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인기 많았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동영상 서비스 목록에서 사라지고, 자동차 경주대회에서는 남부연합깃발 사용이 금지되고, 민간기업들도 안면인식 기술을 경찰에 제공하지 않겠다거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에서 인종차별 관련 표현들을 지우고 있다.

◆ 거센 저항에 차별적 역사 유물 사라지다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 신대륙을 발견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도 머리가 없어지거나 낙서로 얼룩졌다. 심지어 영국 런던에서도 18세기 노예무역 상인 로버트 밀리건 동상이 철거됐다.

미국 정치 1번지 워싱턴D.C.에서는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의사당 내 동상홀(Statuary Hall)에서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 관련 정치가 장군 등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주장을 되뇌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휴스턴의 한 교회에서 조문객 500명이 참석한 개최된 장례식에서 플로이드의 동생 로드니는 "커니 홈즈 제3구, 그가 태어난 장소는 여기지만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그를 기억할 것"이라며 "그는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는 지난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 도로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46초간 목이 눌려 숨졌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엄마"를 부르다가 정신을 잃고 숨졌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는 영혼을 찔러 상처를 내는 인종차별을 다시는 외면해서는 안 되며, 지금은 정의를 실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사망' 시위는 길거리에서 시작됐지만 영국, 독일, 캐나다, 한국 등 전세계로 퍼지고 있고 사회-문화-스포츠 등 전 분야에서 인종차별 반대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도 삭제됐다

먼저 흑인 노예제를 미화했다고 미국 영화 걸작으로 꼽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HBO 목록에서 삭제됐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 HBO맥스는 이날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콘텐츠 목록에서 제외하는 이유로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의 일부를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 영화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논의와 바로 그 묘사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다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시점이 와도 원작을 손보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것은 "이런 편견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며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려면 먼저 우리 역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한 1939년 영화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농장주 딸 스칼릿의 인생을 그렸다. 주요 무대인 미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주인공의 대규모 농장에서의 흑인 노예들의 삶이 매우 평온하고 행복한 것으로 미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 스포츠계, 인종차별 표시 금지하다

스포츠계로 볼 수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도 성명을 내고 "나스카의 모든 시설과 행사에서 남부연합기를 게양하는 것은 모든 팬, 선수, 관계자들이 환영받는 환경을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나스카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 그리고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남부연합기는 1861년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 제도를 지지했던 남부연합 정부의 국기다. 현재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의 상징이 됐지만,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 깃발을 사용하고 있다. 나스카 경주장에서도 심심치않게 등장했다.

나스카의 유일한 흑인 드라이버 부바 월러스도 자신의 경주차에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새기고 경주할 예정이다.

[보스턴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10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는 밤사이에 머리가 없어진 콜럼버스 동상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몸체만 서 있다. 2020.06.11 007@newspim.com

◆ 민간 기업들도 동참하며 큰 목소리 내

미국의 테크기업들도 동참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종차별을 규탄한다' 정도의 성명을 발표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 자리에 흑인을 임명하라"며 창업자가 자리를 내놓기도 하고, 회사의 기술연구 방향을 전격 수정하기도 한다.

이틀전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안면인식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더는 개발·배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슈나 CEO는 이날 미국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시민을 감시하고 인종을 분류하는 목적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타사가 제공하는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지원도 중단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립표준과학연구소(NIST)는 "안면인식 알고리즘이 나이·인종·민족성 등에 따라 오류 편차가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수년간 논란이 되었듯이 인종과 나이 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소지가 크고 특히 아시아계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오류 확률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IT) 기업 아마존도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최근 며칠 동안 의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1년간의 유예기간(moratorium)을 통해 의회가 적절한 규정을 내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길 바라며, 우리는 요청이 있을 경우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알렸다.

아마존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 법 집행 기관들에 이 기술을 제공해 왔는데 피부색이 어두운 인종의 안면을 인식할 때 대상자의 성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쇼셜미디어 트위터는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 시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글에 "폭력을 미화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기'를 클릭한 뒤에야 원문을 볼 수 있게 경고 딱지를 붙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메시지를 그대로 둔 페이스북에서는 회사방침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떠나갈 뿐 아니라 협력하는 파트너 기업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소셜미디어 '레딧'의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도 인스타그램 라이브에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2005년 창업후 15년만의 사임이다. 오하니언은 "이사회의 이사 5명은 고객들을 대신하는 것이고 이 중 한 사람은 반드시 흑인일 필요가 있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구글은 다양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4년 테크 업계 최초로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직원들의 성별·인종 비율 등을 발표하고 있다.

[온타리오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5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열리 '흑인 사망' 시위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참가해 목조르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6.06 007@newspim.com

◆ 백인우월주의-노예무역상 동상들 훼손돼

지난 5일 벨기에에서는 국왕 레오폴드 2세(1835~1909)의 동상이 불에 그을리고 붉은 페인트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레오폴드 2세는 재위 시절 콩고를 식민지로 만들었고, 잔악하게 수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폴드 2세가 재위했던 23년 동안 콩고 인구의 절반인 약 10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틀 뒤 영국 항구도시 브리스틀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진행되면서 17세기 영국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이름을 딴 콜스턴가에 있는 콜스턴 청동상을 끌어내려 강물에 내던졌다.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브리스틀에 노예무역으로 돈을 번 콜스턴은 자기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그의 동상은 1895년 세워졌다.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올루소가 교수는 "진작에 시에서 동상을 철거했어야 했다"며 "동상은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고 위대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콜스턴은 노예무역상이었고 살인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매우 수치스럽다"며 "이는 공공 질서의 혼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후에는 분위기가 변했는지 런던 카나리 워프 부근에 있는 도크랜드 박물관에서는 18세기 노예무역 상인 로버트 밀리건 동상이 자체 철거했다.

미국에서는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줄줄이 훼손되고 있다. 콜럼버스는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는 주의회 건물 밖에 있던 콜럼버스 동상의 목에 줄을 걸어 동상을 끌어내렸다. 미네소타주 경찰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보스턴에서도 콜럼버스광장에 서 있던 콜럼버스 동상의 머리가 부위가 9일 밤 사라졌다가 이날 일부 파편만 발견됐다. 보스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훼손된 콜럼버스 동상은 일단 철거한 뒤 다시 설치할지 여부는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상 훼손에 대해 수치스럽다는 반응에서 부터 훼손을 수용하면서 재설치에 대해서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까지 반응은 다르지만 대체로 동상 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박우진 기자 =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카나리 워프 부근에 있는 도크랜드 박물관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영향으로 18세기 노예무역 상인 로버트 밀리건 동상이 철거되고 있다. 2020.06.09 krawjp@newspim.com

◆ 펠로시 "인종차별 관련 흔적 지우자" VS 트럼프 "절대 안된다...위대한 유산이다"

자동차경주대회 뿐 아니라 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또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등에 업은 미국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번에는 궁극적으로 어떤 제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우선 미국 민주당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종차별적 조처에 제동을 걸겠다며 경찰개혁 입법 추진에 나섰다. 시민단체가 수십년 동안 요구한 수많은 제안들이 담은 134쪽 분량의 이 법안은 과도한 폭력 사용 등 경찰의 직권남용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이 반대 뜻을 보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 미국 정치 중심지 워싱턴D.C.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역사유물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있는 동상홀(Statuary Hall)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펠로시가 의사당 내 동상홀에 설치돼 있는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연합 대통령 상 등 남부 정치인 기념물 철거 문제를 다시 꺼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 당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였던 펠로시는 의사당내 동상 홀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임시 부통령을 지낸 알렉산더 스티븐스의 동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연합 동상 철거와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아름다운 동상과 조형물의 철거로 인해 우리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찢기는 걸 보니 슬프다"며 3개의 폭풍 트윗을 남겼다.

이번에도 트럼프의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가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 변경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시위 진압을 위한 연방군 투입을 놓고 한차례 마찰을 겪은 마크 에스퍼 장관의 입장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트럼프는 즉시 제동을 걸었다. 그는 "우리가 전설적인 군사기지 10곳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이 기념적이고 중요한 군사기지들은 위대한 미국의 유산이자 승리, 자유의 역사가 됐다"고 트위터를 날렸다.

트럼프는 "미국은 우리의 영웅들을 이 신성한 땅에서 훈련시키고 배치했으며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이겼고 따라서 내 행정부는 이 멋지고 전설적인 군사기지들의 명칭 변경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일부 법 집행 기관 종사자의 권한 남용이 문제일 뿐 조직적인 인종 차별은 없다며 맞서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이드의 죽음이 남긴 과제는 적어도 오는 11월 대선 때까지는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와 민주당 의원들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로비에서 8분 46초간 무릎을 꿇은 채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있다. 2020.06.09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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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뒤흔든 맘다니 돌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빨리 뉴욕에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뉴욕 인근에 사는 지인들과의 모임 도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저녁 자리 화제의 중심은 단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였다.'뉴욕 파트타임' 얘기도 맘다니 덕분에 나온 농담이다.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4만 600원 정도다.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 시급은 16.50달러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 뉴욕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전제는 달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공약임은 분명하다. 비단 이날 모임뿐 아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맘다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어디서든, 누구와든 맘다니 얘기를 꺼내면 10분~20분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맘다니의 등장 자체가 뉴욕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자 파격이다.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 시장 자리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서울 시장급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중심지다.  이런 뉴욕의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과 33세라니. 그것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인도계 무슬림이다. 더구나 그는 26살이 되던 2018년에야 뒤늦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투표권을 받았다. 맘다니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저소득층 주택 압류 방지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20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선출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다. 시쳇말로 '듣보잡' 수준이다. 예전 같았으면 뉴욕 시장 후보에 명함도 못 내밀 커리어다. 그런 맘다니가 불과 몇 개월의 선거 운동으로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그것도 뉴욕 주지사 3선에, 한때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당내 유력 인사와 후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그야말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트립 양은 뉴욕타임스(NYT)에 "현대 뉴욕시 역사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맘다니는 1일 발표된 민주당 3차 경선 결과 과반이 넘는 56%를 득표했다. 이로써 그는 당당히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뉴욕은 아직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뉴욕 시장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이제 '맘다니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숱한 전문가들은 아직 맘다니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맘다니의 민주당 경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급진적인 공약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실제로 급진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릴 만하다. 시내버스 무임승차, 0세부터 5세까지 무료 보육 및 유치원 교육 실시, 뉴욕시 관리 아파트 임대료 동결, 값싼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 재정 대책이 없다는 질타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운동에 가담했다. 뉴욕과 민주당의 돈줄을 쥔 유대인들의 거부감도 크다.  민주당 주류와 온건그룹에선 벌써 부담스러운 티를 낸다. 너무 과격해서 중도층 이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온건 성향의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쿠오모 전지사나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독립 출마 형태로 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찌감치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색깔론 공세에 더해 민주당 측 후보 난립을 잘 이용하면 뉴욕 시장까지 손에 쥘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에 탑승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정치판의 셈법과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맘다니가 11월 4일 선거에서 뉴욕 시장에 당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월가 금융기관에서 오래 기간 일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다니의 한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좀 달랐다.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줄곧 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유를 물으니, "뉴욕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물가가 미쳤다. 부자들은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단순 사무직은 열심히 일해도 렌트비, 교통비, 식료품비 내기에도 너무 벅차다. 내게 이념은 크게 상관없고, 누구라도 이 힘든 생활에 도움을 준다면 표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맘다니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적힌 슬로건이 새삼 머릿속에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의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시장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였다. 맘다니는 얼마전 NBC 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 트럼프의 언급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나는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대선 운동 기간 약속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들을 배신해왔다"라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서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일꾼임을 드러내는 패기와 영리함이 번뜩이는 발언이다. 그래서 맘다니가 이념 프레임의 덫에 갇히지 않고, 뉴욕 시민의 민생과 민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21세기에도 팍팍안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노동자 계층과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문법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사건'이 될 수 있다.  맘다니 열풍과 논란이 뉴욕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증폭되고 변모하면서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2025-07-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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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 추방도 검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추방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또 한 번 수위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감세·재정 법안을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해 정치적·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한번 살펴보겠다(I don't know, we'll have to take a look)"고 답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전기촤 의무화 폐지에 매우 화가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트럼프는 전기차 강제 규정을 "바이든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는 "나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하이브리드도, 언젠가는 수소차도 원할 수 있다"며 "다만 수소차는 터지면 5블록 떨어진 데서 시신을 찾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추방' 발언이 담긴 클립이 퍼지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이걸 더 키우고 싶어 죽겠지만, 지금은 참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논란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법(OBBBA)'을 "완전히 미치고 파괴적 법안"이라며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라며, 정부효율성부(DOGE)가 머스크의 보조금 수혜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보조금이 없으면 로켓 발사도, 전기차 생산도 못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계약 중단이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세금안 반대뿐 아니라 "새로운 정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선 기간부터 이어온 트럼프와 머스크 간 '브로맨스'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7-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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