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존과학자 C의 하루' 개최
[청주=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술품 수장센터의 현장이 미술관으로 들어왔다. 병들고 상처난 미술품이 제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존과학자 C의 하루'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미술품수장 보존센터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니키 드 생팔(1930~2000)의 '검은 나나'(1967), 이갑경(1915~미상)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등 미술관 소장품의 복원 과정을 영상으로 관람객과 공유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현대미술품의 보존과학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를 지난달 26일 개막해 오는 10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에서 선보인다. 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청주=뉴스핌] 이현경 기자 =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1967) 설치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6.03 89hklee@newspim.com |
전시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관의 보존·복원의 기능을 소개하고 미술품의 보관과 복원과정에 초점을 맞춰 미술품 수장센터의 역할과 특수성을 부각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윤범모 관장은 3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존과학부분을 대중화하는데 미술관의 성격을 돋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품의 보존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고 처리하는지, 그 과정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보존처리 대상이 됐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실물 복원과 기록들을 영상으로 설명한다. 그중 1994년 미술관이 소장한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의 복원 과정은 눈여겨볼만하다. 미술관은 작품의 원본성을 유지하기 위해 니키 드 생팔 재단과 협력해 보존처리를 거쳤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마당에 전시된 '검은 나나'는 오랜 야외 전시로 작품이 박락됐다. 미술관은 재단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보존처리 과정을 지속적으로 협의했고 보존처리 방향과 방법론, 재료를 재단과 결정했다. 구도장층을 제거하고 전체 재도장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영상에는 미술관과 재단이 주고받은 메일 내용과 보존처리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이갑경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보존 과정으로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 미술품의 보존 처리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캔버스 틀에서 분리된 채 둥글게 말려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일부 캔버스 천이 찢어지고 상당 부분 물감이 떨어져 있어 1989년 첫 보존처리가 이뤄졌다. 22년 후인 2011년 재보존처리가 됐는데, 보존 과정에서 사용된 재료가 들뜨거나 변색된 거싱 관찰돼 2014년 다시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청주=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갑경,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설치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6.03 89hklee@newspim.com |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도 가진다. 이는 김지수 작가의 설치 작품 '풀 풀 풀-C'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작품은 김 작가가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채취를 유리병에 담은 것으로 벽면에 설치돼 있다. 실제 냄새는 나지 않지만 시각적 설치 효과로 보존과학실의 냄새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 종료 후 김지수 작가의 설치 작품은 철거될 예정이다.
'풀 풀 풀-C'와 같은 비물질 작품은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식과 매체를 활용하는 현대미술 작품의 경우 기존 회화나 조각과는 다른 보존·복원 과정이 필요하다. 전시장 한켠에는 김지수 작가와 권인철 보존과학자, 전시 기획자가 현대미술의 보존·복원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눈 영상 작업(20분)이 마련돼 박물관 보존과학과는 차별화되는 미술관의 현대미술 보존복원을 강조한다.
영상에서 권인철 보존과학자는 "어찌됐든 기록이나 영상으로 작품이 보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김지수 작가는 "작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채집된 바이알 병의 냄새를 맡고 간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사라져버리는 작업에 대해서는 일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작품을 만들 때부터 보존과학자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주=뉴스핌] 이현경 기자 =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2020) 설치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6.03 89hklee@newspim.com |
전시 막바지에서는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 복원 문제와 관련한 대안을 세가지 제시하고 관람객의 반응을 묻는다. ▲'다다익선'의 브라운관(CRT)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것과 신기술의 사용에 열려있던 백남준의 작품 철학에 따라 LED, LCD, OLED 등 신기술을 적용해 보존해야 한다 ▲작동하지 않는 '다다익선 자체도 의미가 있으므로 서서히 소멸해가도록 내버려두거나 해체해 보관한다. 관람객에 직접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보존과학자 C이 하루'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7월 2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해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채널을 통해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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