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경제활동이 서서히 활기를 되찾으며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불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럭 운송량이 증가하고 항공 여행과 호텔 예약도 소폭 늘고 있으며 주택담보부대출과 창업 신청도 증가하고 있다.
전반적인 기업활동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고 해고건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5월 들어 이러한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6~7% 감소하고 실업률은 두자릿수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 3월 경제활동이 중단된 후 처음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서 메모리얼데이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가운데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테이크아웃 음료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베스 앤 보비노는 "코로나19 확산이 여기에서 그친다면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고 정상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인 만큼 호텔과 레스토랑, 항공 등 수요는 예년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편이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미 교통안전국(TSA)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은 지난달 14일 8만7534명으로 전년 동일에 비해 96% 급감했지만 5월 24일에는 26만7451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 수치도 전년비로는 여전히 87% 줄어든 수준이지만 회복 신호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온라인 레스토랑 예약업체인 오픈테이블은 상당수 주(州)에서 식당 예약이 다시 시작됐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운송산업도 역대 최악의 수준에서 회복되고 있다. 트럭 운송 수요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트럭스톱닷컴에 따르면, 주간 트럭 이용지수가 4주 연속 상승했다. 미국 최대 트럭 운송업체인 올드도미니언프라이트라인은 4월 초 수요가 급감했으나 이후 안정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도 4월 초 바닥을 치고 활력을 찾고 있다. 부동산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쇼잉타임에 따르면, 구매자 수요를 반영하는 부동산 매물 소개 예약 건수가 미국 전역에서 4월 중순 50% 가까이 감소했으나 5월 들어 다시 늘고 있다.
금리 하락도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중개업자인 저스틴 피첼슨은 "부동산 구매에 나설 정도로 경기 신뢰도가 회복됐다는 것은 코로나19 구매자들이 봉쇄조치를 단기적 이슈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케빈 하셋 백악관 선임 경제 자문은 5월 실업률이 20%를 넘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봉쇄조치에 따른 슬럼프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초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활동에 있어 변곡점에 상당히 근접했으며, 고용에 있어서도 약 한 달 뒤면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소비자들의 지출이 재개되고 있다는 고무적인 데이터"라면서도 "이러한 회복은 극도로 침체된 수준에서의 반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WSJ는 경제활동 회복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 50개 주에서의 단계적 경제활동 재개가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요인은 모두 일시적인 것에 그칠 수 있다며 경제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추가 실업급여는 향후 수개월 내 중단될 수 있고, 코로나19 2차 확산이 발생하면 경제활동은 1차 때보다 더욱 심하게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경제성장의 기둥인 소비지출은 3월 중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명의 근로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어 소비를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기업들의 재고용은 각 주에서 얼마나 빨리 봉쇄조치가 완화되느냐에 달려있다. 결국 2차 확산이 발생하면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2차 확산이 없더라도 상실된 일자리가 다시 회복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 당시, 실업률은 침체가 끝나고도 몇 개월 동안 정점을 찍지 못하고 계속 올랐다. 경기침체는 2009년 6월에 끝났지만, 실업률은 그 해 1월에도 여전히 10%를 유지했고 이후 2년 간 9%를 넘는 수준을 지속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 몸 담았던 콘스탄틴 야넬리스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는 "가계지출과 부동산 시장, 주식시장에서 경제활동이 회복되는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돼 경제가 V자를 그리며 급반등할지 아니면 장기적 불황이 지속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그에 대한 답은 보건 상황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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