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비난 거세지자 예정된 日 추가지원 전격 취소
[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경주시가 일본 자매·우호도시에 코로나19 방호복과 의료용 안경 등 방호물품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주시민과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장 해임과 방역물자 지원금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
세아이를 키우며 자영업을 하는 경주시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주시장 주낙영의 해임건의를 간곡히 청원합니다'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일본 자매도시에 코로나19 방호물품 지원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주낙영 경주시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2020.05.25 nulcheon@newspim.com |
청원인은 "경주시장의 오만하고 독단적인 행정으로 경주시민 모두가 싸잡아 비난을 당하고 관광도시인 경주를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시국에 독단적으로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주낙영은 경주시장직에서 내려와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관광도시 경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고 작년 대비 50% 이하로 경주시 경제가 반 토막 났다. 직장인들은 강제 무급휴가 중이고 폐업을 선언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고 주장하고 "이런 와중에 경주시가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경주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주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일꾼이 시민 한명이라도 더 보살피고 챙기기는커녕 피눈물 같은 세금을 일본이란 엉뚱한 곳에 갖다 바치고 있다"며 "경주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본제품을 불매하고 노재팬을 선언하고 동참하고 있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시민 정서에 위배되는, 후안무치하고 고집불통 같은 독보적인 행동을 보이는 주 시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경주시장의 해임을 건의했다.
이 청원에는 25일 오후 3시 현재 7만2950여명이 동의했다.
경북 경주시가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에 보낸 방호물품[사진=경주시]. 2020.05.25 nulcheon@newspim.com |
경주시는 지난 21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경주시민들과 누리꾼들은 경주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돈이 남아돌면 시민한테나 써라" "경주는 돈이 남아도는가 보다" "지자체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면 자존심 센 아베는 한국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원 요청이 없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 방침은 무너진다" 등의 글이 며칠사이에 3000건 이상 게재되면서 경주시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지역사회에서 비난이 들끓자 주낙영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하는 법인데 나라시와 교토시는 오랜 기간 교류해온 사이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란 점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지원 배경을 해명했다.
한편 방역물품 지원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경주시는 25일 일본 오바마시, 우사시, 닛코시에 보내려던 방역물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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