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랜드 美 부소장, 20일 코로나 토론회서 밝혀
"지방 간부들이 평양에 제대로 보고 안했을 것"
"영양실조 심각한 北 주민에 심각한 위협될수도"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고 발표하며 국제사회에 대대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0일 한국언론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주최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 토론회에서 "안 좋은 소식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 북한 특성상 지금은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한반도 정세' 를 주제로 한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측 인사들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사진 = 허고운 기자] |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은 해외 여행객을 금지했고, 중국과의 국경을 닫는 등 예방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1990년대 대기근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평양에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하위 간부들이 고위 간부에게 편하게 보고할 수 없는 구조"라며 "만약 코로나19 문제가 커지면 이미 결핵과 영양실조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일반 주민들에겐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면서도 선제적인 방역 체계를 운영해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8~19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세계보건총회(WHA)에서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단 한 건의 코로나19 확진이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놀랜드 부소장은 "1990년대 대기근 당시 북한이 해외 원조 요청을 결심한 뒤 상황을 과장시켜서 보고했던 양상을 볼 때 향후 코로나19 위기가 임계점을 넘으면 심각하다고 알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더욱 많이 받기 위해 어려움을 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에 방역협력을 제안한 것과 관련, "코로나19 상황이 남북협력의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발병 발표가 있을 경우 오히려 한국을 소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술적인 지원보다는 물질적 원조를 선호하는 북한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한국과 대화하지 않을 수 있다"며 "외국의 지원을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정치적 조공으로 광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측 발제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현재까지 북한의 호응이 전무하지만 남북 정상이 지난 3월 초 친서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보여준 만큼 향후 화상정상회의 등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 원장은 또한 "한국이 남북관계 독자성을 강조하며 운신의 폭을 넓힘에 따라 대북 접촉과 대화의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북한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심화 추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원장은 그러면서 "핵 문제도 중요한 이슈지만, 핵 문제 진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 변수를 활용해 대화의 문을 열 필요가 있다"면서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후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며 평화프로세스를 계속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