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어려워"…법조계 시각
"일련의 과정, 피해자 보호한 측면도 있다" 관측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여성 공무원 성추행 파문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전격 사퇴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발표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룬 것은 '조직적 은폐'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성추행 사건을 발표하고 사퇴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총선 전인 4월 6일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4·15 총선 이후에 사퇴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만들어 공증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진=뉴스핌DB] |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4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총선 이후 사퇴했다는 점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은폐한 매우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도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제안하고 협상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상당하다"며 "공직선거법 85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관여 금지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 선거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법조계는 오 전 시장의 사퇴 시기 조율은 발표 시점에 대한 자기 판단일 뿐 선거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분석한다.
강귀석 법무법인 다솜 변호사는 "우선 적극적 행위라는 것은 법적인 관점에서 금지 규범에 대한 위반 행위 자체(작위)를 말한다"며 "이 사건은 총선 전에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기대되는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부작위)에 불과하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사퇴 시점에 대해서도 "시기 선택에 있어 어떤 규범적 의무가 강제된 것이 아니다"며 "사퇴 시점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판사 출신의 여상원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단순히 사퇴 시점 하나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사퇴는 일찍 할 수도 있고 늦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퇴를 늦게 하겠다는 것이 자기 결정이라면 법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인데 어떻게 적극적이고 소극적인지를 따질 수 있느냐"며 "행위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한 것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피해자를 배려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발표를 선거 이후로 하자는 제안은 성폭력상담소 등 피해자 쪽에서 먼저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며 "만약 시점을 선거 전에 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정치적 공격 등 비난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다 보면 (피해자가) 최대한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 2차 피해를 막는 방향을 선택한다"며 "사퇴 시기 조율은 오히려 피해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 지역 법무법인을 통해 공증 절차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서도 "피해자나 가해자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고 완벽하게 보호되는 곳을 고려한 의미에서 부산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사건을 보면 모든 일련의 과정이 피해자 보호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