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력 공개 후 전체 댓글 27% ↓
규정 미준수 댓글은 1/4 수준으로 '급감'
포털 댓글 강화 정책 지속될 전망...AI 활용폭 넓힐 계획
[서울=뉴스핌] 김지완 정윤영 기자 = '악플'로 얼룩졌던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가 바뀌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포털 댓글 정책 강화로 '악성 댓글러'들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지난 2월 19일 이후 뉴스 댓글 작성자의 과거 댓글 목록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이전엔 댓글 이용자 아이디(ID) 앞 네 글자만 노출됐지만, 이제 ID·닉네임·프로필 사진 등이 함께 노출된다. 본인이 쓴 댓글 공개 여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전부 드러나도록 바꿨다.
게시 중인 ▲모든 댓글 ▲댓글 수 ▲받은 공감 수 ▲최근 30일 동안 받은 공감 비율 ▲본인이 최근 삭제한 댓글 비율 등도 함께 표출된다. 또 신규 가입 7일 후부터 뉴스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다. 회원가입 후 짧은 기간 댓글 활동을 한 뒤 ID 해지, 휴면 ID 전환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네이버는 고질적인 악성 댓글로 인한 유명 연예인들의 잇단 비보와 드루킹 등으로 대변되는 댓글조작 논란이 발생하자 이같이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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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게티이미지뱅크] |
◆ 네이버 댓글 이력 공개 후, 댓글 크게 줄어
네이버가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자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새 댓글 정책 시행 후 한 달 여 만에 댓글 숫자는 27% 줄었고, 욕설과 비하 내용이 포함된 '규정 미준수' 댓글 비율은 1/4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3일 네이버 데이터랩의 댓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새 정책이 발효된 지난 3월19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15일간 하루 평균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 수는 47만1172개로 시행 직전 2주(64만6602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댓글 작성자 수는 하루 평균 22만2682명에서 19만9100명으로 감소했다. 규정 미준수로 자동 삭제 처리되는 댓글 비율도 0.458%에서 0.100%로 뚝 떨어졌다.
댓글 작성자 닉네임, 프로필 사진, 댓글 작성 내역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되자 댓글 작성에 신중해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을 달기 전에 한 번 더 허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말도 안 되는 댓글을 달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포털, 댓글 강화 움직임 계속
국내 포털사들의 댓글 정책은 앞으로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2월 26일 악성 댓글 신고 및 제재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혐오·폭력에 대한 '신고 기준' 추가 ▲악성 댓글 작성자에 대한 '규제' 강화 ▲신고한 댓글의 처리 결과를 알려주는 '신고 알림' 제공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이나 이용자를 숨길 수 있는 '덮어두기' 기능 추가 ▲댓글 영역을 접었다 펼 수 있는 '접기' 기능 추가 등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 운영 원칙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정책 보강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3 포털 줌(ZUM)도 댓글 정책 강화 정책에 한목소리를 냈다. 줌인터넷 관계자는 "네이버 시도는 댓글이 모두 기록되고 삭제한 흔적까지 남게 되는 것"이라면서 "악성 댓글에 대한 조치 중 강력해 유의미한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향후 네이버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줌인터넷도 댓글 이력 공개를 넘어 삭제 이력 공개 등의 강화 조치 도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 인공지능 활용폭 넓혀 악플러 원천 차단하고 이용자 보호
포털사들은 앞으로 인공지능(AI) 활용폭을 넓혀 악플을 원천 차단하고 이용자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이용자가 덮어두는 댓글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댓글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댓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앞서 2017년 7월부터 AI를 통해 모든 댓글의 욕설 및 비속어를 필터링하는 '욕설 음표 치환 기능' 적용했다. 욕설을 남기면 자동으로 해당 글자가 '♪♪' 등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줌인터넷 관계자도 "현재 사용자 업데이트 이력은 반영돼 있으나 추가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면서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문장 분석 후 악성 댓글이나 스팸 댓글을 탐지하고 학습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AI를 이용해 욕설·비속어 등 규정 미준수 댓글은 자동 삭제 처리 중이다. 유튜브는 스팸 댓글이나 증오심 표현, 기타 악용 사례가 담긴 댓글을 신고, 검토하고 삭제하는 데 검토 인력과 머신러닝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