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에서도 '사전 우편 투표'가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사전 우편 투표를 등한시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프와 여당인 공화당 쪽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11월 총선거를 앞두고 사전 우편 투표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유권자들은 투표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투표소에 나가기를 꺼린다. 자신의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한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오는 11월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잠잠해진다고 해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직접 나가지 않는 사전 우편 투표제도를 선호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는 이유다.
미국에서 사전 우편 투표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몇몇 주에서 도입됐고 현재 34개 주와 워싱턴 D.C.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더구나 이 중에는 미시건주, 위시컨신주, 펜실베니아주, 플로리다주 등 주요 선거 승부처가 다수 포함돼 있다.
미국 워싱턴주 선거관리요원들이 지난 10일 조기 우편 투표 용지를 보관함에서 꺼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사전 우편 투표제에 주목하고 선수를 친 쪽은 민주당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8일(현지시간) 민주당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거 캠프는 지지자들을 사전 우표 투표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반면 한발 늦은 공화당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지 그룹인 '오가나이징 투게더(Organizing Together)'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 팩인 '프라이리티 USA'와 함께 선거 격전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우편 투표에 참여 요령을 알리는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사전 우편 투표의 위력은 지난 7일 위스콘신주 선거에서 입증됐다. 당시 위스콘신주에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사전투표)와 함께 주 대법관 선거가 함께 치러졌다. 민주당측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연기를 추진했지만 공화당은 주 대법관 선거 승리를 확신하며 소송까지 해가며 이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 대토령과 공화당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주 대법관 선거의 승자는 민주당 몫이었다. 당시 위스콘신주에선 상당수 유권자가 우편 투표에 참여했고,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
오가나이징 투게더 위스콘신 지부 책임자는 이와 관련, "지난 2016년엔 사전 우편 투표 참가율이 30% 이하였지만 올해 (11월) 선거에선 이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면서 유권자들의 참여를 더욱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사전 우편 투표에 강한 불신감을 보여왔다. 그는 이달초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우편 투표는 사기다. 그렇기 때문에 우편 투표는 우리 나라에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화당측 선거 캠프는 유권자들을 우편 투표가 아닌, 선거 당일 투표소로 불러 내는데 막대한 자금과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제서야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분위기다.
공화당측 컨설팅 기관들은 사전 우편 투표와 관련한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가 하면 미 전역의 선거 운동 본부에 사전 우편 투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메모를 보내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사전 우편 투표, 이를 둘러싼 공화·민주 양당의 대응 전략 차이가 오는 11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빚어낼 지 주목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