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울산혁신도시로 이전…지역인재 우대
울산 도심에 위치…다른 공공기관 비해 편리해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은 대입수학능력시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응시하는 국가주관시험이다. 매년 20만명 이상이 도전한다. 이 시험의 출제, 시행,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이 산업인력공단이다.
산업인력공단은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세무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등 개별 법령에 따라 17개 부처에서 39개 전문자격 시험을 위탁받아 시행한다. 총 546개 국가기술자격(기술자격+전문자격) 중 496개의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한마디로 국내 대표적인 자격증은 이 공단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인력공단은 근로자의 평생학습 지원, 직업능력개발훈련 실시, 자격검정, 숙련기술 장려 사업 및 고용촉진 등에 관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산업인력의 양성 및 수급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82년 3월 18일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으로 설립됐다. 1991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1998년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산업인력공단도 지난 2014년 6월 서울을 떠나 울산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 울산 도심에 위치, 지리적 여건 우수…울산대 졸업생 취업 우대
산업인력공단은 울산광역시 도심에 위치해 근무·생활 환경이 우수하다. 인근에 에너지경제연구원,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동서발전, 한국석유공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국에너지공단 등 8개 기관 3000명 이상이 근무 중이다. 50여 명이 근무하는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역시 울산에 위치해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블라인드 채용을 가장 먼저 실시한 공공기관 중 하나다. 지원서 작성 시 학점, 토익 등 어학점수와 가족관계 등 직무수행과 무관한 사항은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지원서를 불성실하게 작성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서류전형 합격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서류전형에서 걸러지는 인원이 거의 없다 보니 필기시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반직 5급 기준으로 2018년 하반기 144대 1, 2019년 상반기 3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험과목은 채용 분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직 5급과 6급 기준으로 NCS직업기초능력평가, 한국사, 영어가 출제된다. 작년에 상반기 11명, 하반기 130명을 합쳐 총 141명을 채용했다.
울산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전경 [사진=산업인력공단] 2020.04.07 jsh@newspim.com |
특히 지역인재 채용 정책에 따라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은 공단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며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신규 채용 인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인재로 뽑도록 했다. 2018년 18%로 시작해 2019년 21%, 2020년 24%, 2021년 27%, 2022년에는 30%까지 늘어난다.
현재 울산지역 내 4년제 일반대학으로는 울산대가 유일하다. 공단 역시 신입사원 상당수를 울산대 졸업생으로 채용한다. 한마디로 울산대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공단이 실시하는 정기 채용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낳은 희귀한 광경이다.
◆ 울산대와 '계약학과 제도' 운영…사내에서 HRD 전문가 양성
산업인력공단이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장점은 울산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운영 중인 '계약학과 제도'. 학업에 뜻이 있는 직원들은 학비 80%를 공단에서 지원받아 석·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계약학과 제도는 산업체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맞춤식 인재 양성을 활성화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계약학과의 운영 과정은 전문학사, 학사, 석사, 박사학위 과정 등 해당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위 과정을 모두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 계약학과를 통한 수업 진행은 운영계약에 의거해 출석수업, 현장실습수업, 원격수업 및 기타 학칙에 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본부 내에 위치한 도서관 [사진=산업인력공단] 2020.04.07 jsh@newspim.com |
계약학과는 대상에 따라 '채용조건형'과 '재교육형'으로 구분된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산업체 등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생에게 50% 이상의 교육경비 지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학교에 산업체 특별 교육과정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재교육형은 산업체 등에 소속돼 있는 직원들의 재교육, 직무능력 향상, 전진교육 등을 위해 교육경비의 50% 이상을 기관이 부담하면서 교육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즉 채용조건형의 경우 계약학과를 통해 학위 과정을 마친 후 취업이 약속된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재교육형은 현재 산업체 등에 소속된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산업인력공단은 2014년부터 사내에 HRD컨설팅학과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재교육형으로 사내 직원들이 교육 대상이다. 특히 공단 계약학과의 특징은 학생이 학교로 가는 방식이 아니라 교수가 학생들이 다니는 직장으로 찾아와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2014년 첫해 석사 14명, 박사 10명의 교육생으로 시작해 2018년까지 5년간 석사 41명, 박사 42명을 배출했다. 특히 해당 학과 박사 과정 졸업생 중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회원 수가 많은 '미국 AHRD학회'에 최우수 논문상 후보로 올라간 직원도 있다.
계약학과 입과 대상 교육생은 기관 내부규정인 '교육훈련규칙'에 따라 교육훈련심의위원회에서 입과 신청서를 토대로 심사한 후 선발한다.
◆ 중국·베트남 등 16개국에서 해외근무 기회…사내 복지도 우수
산업인력공단의 또 다른 장점은 해외 16개국에서 근무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공단 내 설치된 EPS센터는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근로자 도입을 위해 국가 간 MOU가 체결된 16개 인력송출국에 설치된 공단 해외지사다. MOU를 체결한 16개 국가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중국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네팔 △미얀마 △라오스 등이다. 현재 이들 국가에는 산업인력공단 본사 인력 19명이 주재원으로 근무 중이다.
주재원 선발은 공백이 생겼을 때 수시로 이뤄진다. 공단은 국가별 파견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주재원을 새롭게 선발해야 할 경우 주재원선발위원회를 개최한다. 위원회는 주재원 지원자들에 대한 외교적 역량, 업무 전문성, 외국어 능력 등 필수 역량을 보유한 우수 인력을 우선 선발한다. 파견기간은 2년을 원칙으로,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본부 내에 위치한 슬기샘 어린이집 [사진=산업인력공단] 2020.04.07 jsh@newspim.com |
연봉과 직원복지도 우수한 편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울산 본부와 6개 지역본부 및 21개 지사, 국가직무능력표준원,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등에 총 188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6급 초임 기준 연봉은 3200만원(성과급 등 제외), 전체 평균 연봉은 5600만원 수준이다. 정년이 보장되기에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처우가 낫다.
여기에 본부에는 슬기샘 어린이집, 여직원 휴게실, 구내식당 및 카페 등 직원들이 맘놓고 편히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갖췄다. 슬기샘 어린이집에는 만 1세, 만 2세, 혼합반 등 원아 50여 명이 다니고 있다. 다양한 복지제도도 대기업 못지않다. 자녀당 최장 3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포함 출산 전후로 최대 90일간의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또한 1일 최대 2시간 업무 중 육아시간이 주어지고, 자기계발휴직 1년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학위 취득 시는 1년 추가로 사용 가능하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