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이사회 방어 성공...3자연합에 완승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대한항공 정상화 과제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자신의 연임은 물론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외 이사 후보들도 모두 이사회에 합류하며 튼튼한 경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반면 3자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조 회장 연임 저지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내·외이사 추천후보들도 모두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다.
조 회장은 향후 3자연합의 꾸준한 경영권 위협이 맞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2020.03.27 iamkym@newspim.com |
◆ 조원태 회장의 완승...예견된 결과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참석 주주 찬성 56.67%로 가결시켰다.
조 회장을 포함해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 7명이 모두 선임된 반면 3자연합이 추천한 7명 후보들의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로써 조 회장과 3자연합의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측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조 회장과 3자연합은 지분 1%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일반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 승부의 추가 점차 조 회장 쪽으로 넘어갔다. 국내외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ISS가 잇따라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전날에는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보유 지분 2.9%)이 조 회장 지지를 결정하며 사실상 승부의 마침표가 찍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연금의 지지로 지지율 격차가 10%p 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선택은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소액 투자자 등의 표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3자연합의 막판 역전 가능성이 제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조 회장이 노동조합 등 사내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은 것도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진그룹 내 노조는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와 함께 3자연합을 향해 지속적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특히 대한항공 노조는 직접 주주들에게 조 회장에 대한 지지와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서며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노조의 이 같은 지지는 실제 지분에 대한 영향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조 회장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비추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7일 오전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 관계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03.27 dlsgur9757@newspim.com |
◆ 장기전 노리는 3자연합...이사회 진입 실패 타격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해 야심차게 모인 3자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3자연합은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 이후 "이번 주총은 물론 향후 주총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장기전에 나설 뜻을 밝혔다.
실제로 3자연합은 이번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에도 경쟁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3자연합의 보유 지분은 조 전 부사장 6.49%, KCGI 18.74%, 반도건설 16.9% 등 42.13%로 집계된다. 조 회장 측 보유 지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3자연합은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임시주총 소집 요구 등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들이 내세운 사내·외이사 후보들 7명 전원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며 장기전의 동력을 다소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를 모았던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역시 2.12%p 차이로 선임되지 못했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경영권에 관여해 조 회장 등을 견제하는 한편, 지분 경쟁으로 장기전을 벌이려던 3자연합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
◆ 경영권 방어한 조 회장, 경영능력 입증 임무
조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3자연합에 승리하며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향후 계속될 위협에 대비해서라도 경영성과를 내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을 위기에서 구하는 게 급선무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모든 임원이 월 급여의 30~50%를 반납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요가 부족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운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을 여객·화물, 경영전략·기획 등 핵심 부서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항공·물류 전문가라고 자신하고, 3자연합 측 이사 후보자들의 항공 경영 능력을 비판해왔다. 조 회장은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이와 함께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주요 과제다. 한진그룹은 올해 안에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자연합도 한진그룹의 재무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공세를 차단을 위해서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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