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배터리 3사 두 자릿수 하락률 기록
동유럽 배터리 공장은 모두 정상 가동 중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올해 초 미국 자동차기업 테슬라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큰 관심을 받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던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18.31% 오른 21만6500원에 마감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8.48%, 13.09% 올랐다. 배터리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일진머티리얼즈도 각각 9.21%, 11.09% 상승했다.
다만, 이달 들어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26.6%, 26.0%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도 42.70% 빠졌다.
최근 3개월 삼성SDI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금융] |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와 유럽 내 감염 확산세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개사는 모두 동유럽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헝가리 괴드에,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서 1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현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모두 공장에서 배터리 셀·모듈·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준 유럽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8만28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내 확진자 수를 웃도는 규모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자 유럽연합(EU)은 결국 30일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27개 회원국들 간 이동은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의료진 및 상품 운송 인력도 면제 조치를 받게 된다.
해당 조치는 유럽 내 배터리공장 가동 중단 및 전기차 수요 침체 우려를 키우며 관련주들에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폭락도 관련 주가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으로 이달 들어 배럴당 20~30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고문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전기차 배터리 수요 부진의 지속 정도와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투자심리도 훼손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유럽 지역 확산 가속화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배터리 출하량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배터리 재고수준이 낮아 생산량 감소는 당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전기차 생산 차질과 수요 둔화의 영향이 상반기 내 지속된다면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의 가동률 하락이 수개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업들은 당장 제품을 공급하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국경 봉쇄로 운송이 조금씩 지연되는 부분은 있지만 공장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공장 가동에 문제는 없으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역시 "공장이 100% 정상 가동되고 있다"며 "제2공장 건립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폭스바겐 등 이들 기업이 고객사로 두고 있는 유럽의 완성차업체들이 공장 가동 중단한 소식은 한동안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독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에 있는 유럽 내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밖에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오는 23일부터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있는 생산 공장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에 테슬라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86% 급락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