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패션매출 2조 추정...2012년 이후 7년 만 해외매출 넘어서
코로나19 악재 패션·유통 부문 직격탄...위기 대응 '관건'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이랜드그룹이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그룹 분위기는 어수선한 모습이다. 수년 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재무건전성 위기 능선을 넘었지만 그룹 내 재정비가 한창인 탓이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악재를 맞은 비상 시기인 만큼 이랜드그룹 키를 잡은 최종양 이랜드월드 부회장의 어께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최근 사업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를 비롯해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 이사회 구축을 마쳤다.
최종양 이랜드그룹 부회장. [사진=이랜드그룹] 2020.03.11 hj0308@newspim.com |
◆계열사 독자경영 체제 구축...최종양 부회장 지주사로 이동
최근 이랜드월드는 최종양 부회장과 최운식 대표가 공동 체제로 김일규 부회장이 빠진 자리를 채웠다. 또한 전준수 이랜드그룹 유럽법인 이사회의장이 사내이사직으로 새롭게 영입됐다.
최 부회장은 중국통으로 알려진 인물로 주력사업인 패션, 유통 사업과 그룹 전반을 맡는다. 이랜드건설로 자리를 옮긴 김 부회장은 마곡 R&D센터, 제주 애월복합단지, 송도 이랜드몰 등을 지휘한다.
이랜드리테일은 중국법인 대표를 맡아온 김우섭 전무를 영업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무 영입으로 석창현 대표가 홀로 이끌던 조직을 공동으로 맡게됐다.
이랜드그룹은 작년 오너 일가인 박성수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인 최종양 이랜드월드 부회장과 김일규 이랜드건설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 1년을 보낸 이랜드그룹은 계열사 간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수익성 강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왔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8월 케이스위스 매각을 끝으로 사실상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16년 315%로 정점을 찍었지만 잇단 매각 및 자산 유동화로 현재 160%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이랜드그룹 사업부문별 매출액 2020.03.11 hj0308@newspim.com |
◆국내 패션 호조세에 '찬물'...코로나 악재 부담
한 때 위기 정점을 찍었던 이랜드그룹이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악재에 대응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양대 주력 사업부문으로 꼽히는 패션과 유통부문이 모두 직격탄을 맞아서다.
이랜드그룹의 사업부문은 패션, 유통, 미래, 기타로 나뉘며 이들 부문은 2018년 연결기준 매출액에서 각각 50%, 35%, 14%, 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패션 부문은 지난해 국내 시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며 성장세를 보이는 추세였다. 국내패션 사업은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 스파오, 로엠 등 다수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패션 사업 매출은 작년 3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국내에선 2조원, 해외에서 1조5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보다 국내 매출의 경우 8000억원 가량 늘어난 반면 해외에선 3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이랜드그룹 사업부문별 매출액 2020.03.11 hj0308@newspim.com |
이랜드그룹의 국내 패션부문이 해외 매출액을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올 1분기 국내 패션 시장은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았고 호조세에 찬물을 맞게 된 셈이다.
해외매출 역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코로나19 영향을 비껴가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2018년 말 기준 최근 3개년 평균 해외패션 매출의 80%이상을 중국에서 거뒀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중국에 4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긴급상황 대응팀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올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서 "재무 개선은 이뤘지만 사업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등 내부 분위기는 아직 안정되지 못한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 코로나19 변수에 대응할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