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원삼면 땅값, 지난 1년 상승률 10.5%…전국 평균의 약 3배
기흥구 보정·신갈·마북동, 땅값 1~3위 기록…"토지보상금 4조"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내년 5조원 규모의 '역대급' 토지보상을 앞둔 경기 용인시에서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용인구성역 도시개발사업'(구 GTX 역세권 용인 플랫폼시티)이라는 메가톤급 호재가 기다리다 보니 투자자들 관심이 많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진행중인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은 작년 2월~올해 1월 누적 지가변동률이 10.5%로 집계됐다. 이로써 처인구 내 17개 읍·면·동 중 2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3.7%)의 3배 가까운 수치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죽능리·고당리 일원 448만4075㎡(135만6433평) 부지에 국내·외 50개 이상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체가 입주할 생산·연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사업에 기반시설 1조6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을 비롯한 122조원을 투자한다. 사업기간은 2019~2025년까지며 사업시행자는 용인일반산업단지다.
용인일반산업단지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사업이 끝나면 청산된다. 이 회사는 인허가와 단지 조성 공사를 맡고 있으며 지역 건설사와 재무투자자(FI), SK건설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향후 일정은 ▲올해 9월 경기도 산업단지계획 심의(예정) ▲올해 10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예정) ▲올해 12월 단지계획 승인 고시(예정) ▲내년 6월 협의보상 개시(예정) ▲2025년 2월 준공(예정) 순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시간이 걸려 산업단지계획 심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일정이 계획보다 약 5개월 지연됐다.
용인시에 따르면 이 지역에 풀릴 토지보상금(추정용지비)은 7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용지비 및 조성비를 포함한 사업비는 1조7000억원 규모다.
다만 원삼면의 지가상승률을 감안하면 7600억원은 토지보상금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토지보상금은 사업인정고시일의 땅값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사업인정고시일은 단지계획 승인고시일(올해 12월 예정)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최근까지 원삼면 땅값이 급등한 데다 연말까지 땅값이 더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지보상금은 7600억원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여기다 영농손실 보상, 기업이전비까지 포함하면 총 보상규모는 1조5000억원 내외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용인구성역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신갈동, 마북동은 작년 2월~올해 1월 누적 지가변동률이 각각 8.7%, 7.0%, 5.6%로 집계됐다. 기흥구 내 18개 동 가운데 나란히 1~3위를 기록한 것.
용인구성역 도시개발사업은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신갈동·마북동 일원 272만1567㎡(82만3274평) 부지에 여의도(290만㎡) 크기의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 지역에는 공공·분양·임대주택 1만1000가구와 44만㎡ 자족용지, 80만㎡ 공원이 들어선다.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사업 부지 주변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용인역이 들어서며 분당선 구성역,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가 뚫려 있다.
용인도시공사에 따르면 내년 7~8월경 용인구성역 도시개발사업의 협의보상이 실시될 예정이다. 추정용지비는 2조6000억원이며 지장물·영업손실·영농손실 보상비를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한 총 보상비는 4조원에 이른다. 총 사업비는 5조9000억원이다.
경기도시공사 스마트시티개발부 관계자는 "향후 사업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올해 중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시가 발표한 사업일정에 따르면 ▲내년 3월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 고시(예정) ▲내년 7~8월 협의보상 개시(예정) ▲오는 2022년 상반기 착공(예정) 순이다.
경매시장에서는 사업지 주변 물건들이 감정가를 큰 폭 웃도는 금액에 낙찰됐다. 해당 지역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데다 내년 토지보상이 실시되는 만큼 이 일대 토지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문촌리 산14-30에 있는 3191㎡(965.3평) 임야(사건번호 2018-17418)는 작년 5월 응찰자 5명이 경쟁한 결과 감정가의 192.9%인 2억77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1억4359만5000원)의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처인구 원삼면 문촌리 산14-34에 있는 5630㎡(1703.1평) 임야(사건번호 2018-22366)는 작년 8월 감정가의 154.95%인 4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처인구 원삼면 맹리 654-1에 있는 463㎡(140.1평) 대지(사건번호 2018-510597)는 작년 2월 응찰자 5명이 몰려서 1억333만원(낙찰가율 122.62%)에 팔렸다.
이들 토지는 모두 작년 3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정부가 판단해서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상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지자체에 토지이용 목적을 제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매로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230-25에 있는 154㎡(46.6평) 대지(사건번호 2017-24082)는 지난 2018년 3월 감정가의 109.56%인 2억9188만원에 낙찰됐다. 이 토지는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택지개발예정지구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용인시에서 대규모 개발사업과 토지보상이 진행되는 만큼 이 지역 땅값도 상승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용인 원삼면에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서면 인근에 협력업체들도 자연히 따라 들어오게 된다"며 "경기 안성, 세종시 고속도로를 축으로 해서 주변 땅값이 순차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투자자들이 보상 예정지역에 미리 들어가서 낙찰가와 보상금의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